진중권, “대통령 포퓰리즘적 언사, 지지 얻기 위한 수단일 뿐”

문수호 / / 기사승인 : 2009-10-06 13: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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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예방적 조치 취해야” 최근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온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어, 차후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과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는 6일 국민들과 정치권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해 “지금 대중이 완전히 공분 상태인데, 여기에 범인을 향해 극단적 언사를 늘어놓아 손쉽게 지지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의 경우 법 자체의 문제가 있는지, 법의 운용에 문제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대통령이 관여할 일이 아닌데다,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양형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 법을 만드는 입법부에서 차별화된 논의를 해야 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처벌의 강도와 적용 문제 등을 사법부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진 교수의 생각이다.

진 교수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법도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해 아동 성폭행범들이 처벌을 안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피해자가 유아이다 보니 증언이 오락가락하고 증언 받기가 힘들다. 그리고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가지고 자신이 당한 일을 범죄임을 뒤늦게 깨달을 때 시효가 지나버렸다든지 이런 것들이 주요하게 논의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라면 행정부 수장으로서 일어난 범죄를 처벌하는 건 사법부에 맡기고, 어린이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예방하는 조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주장이 나오고 있는 ‘화학적 거세’ 형벌 도입에 대해서는 “근대적 법 관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화학적 거세는 여성 호르몬 주사로 한번 주사를 놓으면 평생 놓아야 하고, 도중에 중단하면 오히려 남성 호르몬이 갑자기 강해지는 부작용도 생기기 때문에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진 교수는 “화학적 거세에 반대하는 것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단순 논리가 너무 쉽게 횡행하고 있다”며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얼마나 검증되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아동 성폭행범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범죄자에게도 인권은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인정하는 원칙이고 그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나라는 없다.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의 인권을 우리도 무시하면 범인과 사회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며 “범죄자는 인권을 무시해도 우리는 너 같은 놈의 인권도 존중한다. 그래서 당신을 처벌할 자격도 있다고 말해야 올바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중은 자신들이 부당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히 권리가 있고, 분노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 도를 넘어서는 격한 말을 쏟아놓을 수도 있다”면서도 “언론이라면 대중이 도를 넘어서는 부분은 스킵하고 그들의 분노 중 정당한 부분을 걸러내 냉정한 논리적 표현을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수호 기자 msh@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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