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조화+경험' 앞세워 8강 진출 성과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10-11 20:14:1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8강 진출이었다.

홍명보 감독(40)이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7개월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를 상대로 26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을 노렸으나 2-3으로 석패한 것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명선수는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축구계의 오랜 속설을 보기 좋게 깨뜨린 성과다.

특히 카메룬, 독일, 미국, 파라과이, 가나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호들과의 일전을 통해 얻은 이번 성과를 보면 홍 감독과 선수들에게 다시금 박수를 보낼만 하다.

홍 감독이 이번 대회 8강 진출을 이뤄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조화'에서 찾을 수 있다.

홍명보호의 성공 가능성은 사실 가장 비관적이었다. 비록 청소년팀이지만 태극마크의 수장직을 맡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인데다 지도자로서의 능력 검증 기회도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죽음의 조'로 불리울 만큼 어려움이 점쳐졌던 조별리그 경기 일정은 홍 감독과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낮추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홍 감독은 현역 시절의 영광을 앞세운 '자존심 세우기'보다 적절한 조언자를 찾아 약점을 상쇄했다.

자신과 현역 시절 손발을 맞췄던 서정원(39), 김태영 코치(39)에게 손을 내밀었고, 현역 시절 명골키퍼로 이름을 날리다 귀화한 신의손 골키퍼 코치(49) 영입도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역점을 뒀던 체력 지도는 일본 출신의 이케다 세이고 코치(49)를 데려와 조언을 구했다.

선수단 23명의 절반에 가까운 대학출신 11명의 선수들이 행여 자신감을 잃을까 훈련과 실전연습에서 언성을 높이기 보다 포용력을 발휘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대학선수 구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기성용(20. 서울) 합류론'이 대두되자 "(기성용의 합류가)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굳이 읍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밖에 홍 감독은 현역 시절과 코치 시절 모셨던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을 보좌하며 얻은 '경험'이라는 양념도 곁들여 위기상황에서 자신만의 임기응변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결과적으로 코치진의 분업은 효율적인 팀 관리 및 효과 극대화로 이어져 8강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자신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사령탑의 노력 덕분에 큰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지구를 반바퀴 가량 돌아 당도한 이집트 땅에서 실력과 성과로 보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만으로 홍 감독의 지도력을 100%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아직 감독으로서 거쳐가야할 시간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갖은 악재와 시련,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떨쳐내고 자신만의 길을 굳굳히 걸은 끝에 보란듯이 우뚝 선 홍 감독의 집념은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뿌듯한 역사로 남을 만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차재호 차재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