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70년대 리더십 버려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11-02 11: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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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CEO 출신 이계안 전 의원 조언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현대그룹 CEO 출신인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이 이 대통령을 향해 “하루빨리 70년대 리더십을 버리고, 새로운 CEO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점잖게 조언했다.

이 전 의원은 최근 기자들에게 발송한 엽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적으로는 현대그룹과 한국 경제에 많은 업적을 남기신 분이며, 사적으로는 필자가 존경하는 대선배이시다. 대통령으로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기실 것을 믿고 또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새 정부 들어 정치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쇠고기 시장 개방,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리더십과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며 “그리고 그 원인을 모두 기업에서의 ‘CEO 경험’ 탓으로 돌렸다. 물론 대통령의 리더십이 전통적인 정치 리더십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지적을 들을 때면 필자를 포함해서 지금 CEO를 하는 사람들이 참 억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원래 CEO 리더십과 정치 리더십은 다른 것이다. CEO는 과정보다는 실적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소통이라는 것도 별 필요가 없다. 단적인 예가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참여했던 경부고속도로다. 건설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그 결과는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반대로 정치 리더십은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가 어떤 것이 되던 간에 국민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지도자가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고 가고 싶어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럴 때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 진가를 발휘한다. 진정한 소통이란 국민 모두 대통령이 꿈꾸는 역사(役事)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CEO였던 1970~80년대에는 소통이 별 필요가 없었다. 상품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도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없었고, 춥고 배고픈 시절이라 회사가 성장하고 보너스를 두둑하게 주면 임직원들도 불만이 없었다. 일자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여건에서 노조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밝힌 후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소비자는 현명하고 까다로워졌다. 우수 인재는 조금이라도 불만이 생기면 즉시 이직해버린다. 노조는 최고로 다루기 어려운 대상이 되었다. 필자가 현대자동차,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CEO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만 했다. 순식간에 돌변해버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아 놓고 우수 직원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또 대한민국 대표 강성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달라진 CEO’의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요즘의 CEO들은 회사의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한다. 주식투자자 대상의 기업설명회에도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 이제 CEO 리더십은 정치 리더십보다 한 수 위다. 과정과 실적, 둘 다 요구받기 때문”이라며 “제가 기업인이던 시절 CEO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화두는 바로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place: GWP)’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은 임직원과 경영진 간의 상호 믿음(trust)이 있고, 이런 믿음은 경영진이 임직원을 존중하고(respect), 임직원이 경영진을 신뢰하고(credible), 또 회사의 의사결정이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할(fair) 때에만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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