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불협화음'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11-30 18:17:3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與 두동강 조짐? MB "정부 서두를테니 당정 협조"…당 일치단결 주문
박근혜 前대표 "할 말 이미 다했고 입장엔 변함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세종시 문제와 관련 ‘당의 일치단결’을 주문했으나, 친박계의 반발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조찬 회동에서 "정부가 서두를 테니 대안이 나올 때까지 당정에서 서로 협조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겠다"며 "당이 하나의 모습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당의 일치단결’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난 주말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가운데 여당내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세종시 수정안 반대 목소리를 향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당내 합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언론에 한나라당 내 계파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져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그런 모습을 보게 되니 당이 합심해 신뢰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내 ‘일치단결’을 요구했다.

이에 정몽준 대표는 "27일 방송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후 세종시 지지여론이 높아졌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생각을 열게 해 준 단초가 됐다"고 잔뜩 치켜세웠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 발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 친박(親朴)계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 당내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공무원인 총각(이명박)이 충청도 처녀(충청도민)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 지 2년이 안 돼서 ‘당신과 살 수 없다. 내가 돈 많은 사람을 소개해줄 테니 그 사람과 살아라’고 한다면 충청도 새댁이 쉽게 마음을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세종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면서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또 행정부 이전이라는 기본정책목표가 달라지는데, 여기에 동의할 수 있는 충청주민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입장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와 관련,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며 “세종시 원안 추진은 마치 정치적인 것이고, 세종시 수정안은 역사적인 소명을 가지고 하는 것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설득시키는 데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평가절하 했다.

앞서 박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이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밝힌 세종시 수정 의사에 대해 “할 말을 이미 다 했고,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는 9부2처2청의 정부기관이 세종시에 원안대로 이전하고, 필요하다면 자족기능이 보완돼야 한다는 기존의 ‘원안 플러스 알파(α)’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일치단결’을 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의 갈등이 결국 당내 세력대결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과 ‘미래권력’의 대표주자인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두고 외나무다리에 마주서게 됨으로써 세종시 문제가 정계개편의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두 사람의 충돌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서로 비켜설 곳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대통령으로선 정부부처 이전 백지화가 무산될 경우 4대강 사업과 같은 치적 사업이 좌초될 위험성이 높아져 곧바로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친박 의원들을 각개격파해서라도 반드시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박 전 대표 역시 비슷한 처지다.

그는 지난달 23일 “(세종시 원안 추진은) 당의 존립 문제”라며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발언을 했다. 따라서 ‘원안 +알파’라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으로부터 고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정치 평론가는 “세종시 문제가 한나라당 분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유진 김유진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