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지 6~7개월여만에 일궈낸 기적이다. 아시아인으로서는 힘들다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금메달을, 그것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면서 따냈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몬드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12분58초55의 올림픽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4일 5000m에서 은메달을 수확, 아시아인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두 번의 기적을 연출해내며 한국의 위상을 알렸다.
이승훈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그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두 번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특이한 이력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뛰었던 이승훈은 중학교 때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바꾼 이승훈은 펄펄 날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니어와 시니어 대표팀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린 이승훈은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2005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1500m와 30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세대교체의 선봉장으로 떠올랐다.
2009년 2월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1000m와 1500m, 30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승훈은 지난해 4월 열린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충격을 받은 이승훈은 한동안 방황했다.
이승훈이 지난해 7월 다시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7월부터 쇼트트랙과 초등학교 때 탔던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동시에 소화하며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한 이승훈은 10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발전에서 대표팀에 뽑히는데 성공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로 뛰기 시작한 이승훈은 월드컵 대회에서 기염을 토해냈다. 김관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다른 아시아 국가 감독들이 어떻게 저렇게 빨리 기량이 성장했냐고 감탄하더라"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디비전B에 출전했던 이승훈은 이 대회에서 4위를 차지,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디비전A로 승격했다.
이후부터 이승훈의 한국 기록 경신 행진이 이어졌다.
이승훈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5000m에서 6분25초03를 기록, 4년 묵은 한국기록(6분28초49)을 3초46이나 앞당겼다.
지난해 12월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6분16초75로 결승선을 통과해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을 20여일만에 8초 이상 단축했다.
12월 중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5차 대회에서는 6분14초67로 레이스를 마쳐 또 다시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달 사이에 한국 기록을 무려 13초82나 단축시킨 이승훈은 디비전A에서 뛴 2차 대회부터 3개 대회 연속 10위권 내에 들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아시아 선수가 월드컵 대회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월드컵 대회에서 착실히 기량을 쌓아온 이승훈은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특유의 '배짱'을 발휘하며 5000m와 1만m에서 두 번의 기적을 쾌거를 이뤄냈다.
"아시아에서 다시는 나타나기 힘들 것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이는 그저 '젊은 혈기'로 보였지만, 이승훈은 쾌속 질주를 선보이며 이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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