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은 지난 13일 "예나 지금이나 나와 구단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전남으로 복귀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08년 수원삼성에서 방출된 이천수는 이듬해 유일하게 계약을 제의한 전남에 입단해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원 소속팀인 페예노르트(네덜란드)의 이적 방침을 전해 들은 뒤, 전반기 일정만 소화한 채 알 나스르와 연봉 12억원에 1년 계약을 맺고 사우디로 떠났다.
당시 이천수는 박 감독과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알 나스르행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일어났고, 이천수와 그의 전남행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전남 구단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천수는 당시 임박한 경기에 출전해달라는 코칭스태프의 요구에 불응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숱한 비난과 질타 속에서 사우디로 떠난 이천수는 그대로 정착하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방출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뒤 최근 "구단에서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귀국했다.
알 나스르는 "이천수가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무단 이탈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천수는 복귀 대신 국내에서 몸을 만들며 일본, 중국 등 타 리그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 K-리그 복귀를 위해서는 전남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에 요청한 '임의탈퇴공시'를 풀어야 하고, 이천수는 일단 전남으로 복귀한 뒤 타 팀 이적 또는 잔류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남이 임의탈퇴공시를 풀게 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박 감독은 "(이)천수로부터 귀국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통화는 해보지 않았다. 나와 통화해야 할 이유도 없다.
최근 내가 이천수와 만나 화해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은 "이천수가 전남을 떠나는 순간부터 모든 관계는 이미 정리된 것"이라며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아쉬움도 이제 지난 일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천수가 K-리그에 복귀하려면 전남으로 와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 (이천수가) 팀에 있을 당시 감독인 나부터 코칭스태프, 선수, 구단 관계자 등 모두가 그대로다. 한 차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박 감독은 "이천수는 전남을 떠날 당시 이후의 상황을 모두 머리 속에 넣고 행동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복귀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라고 짚었다.
"내가 전남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여러 변화가 일어난 뒤라면 모르겠다"고 말한 박 감독은 "일단 이천수와 에이전트 간의 문제도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앞서 밝혔듯이 이천수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이제 없다. 다만 도의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라며 그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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