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완패하며 허정무호의 승리 가능성을 밝게 했다.
오토 레하겔 감독(73)이 이끄는 그리스는 3일 오전 1시30분 스위스 빈터투어의 슈첸바이스에서 가진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수비불안을 노출하며 0-2로 완패했다.
지난 5월 25일 오스트리아 알타흐에서 정대세(26. 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두 골을 내준 끝에 2-2 무승부에 그친 그리스는 이날 파라과이의 수비 뒷공간 패스 및 짜임새 있는 경기운영에 눌려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눈에 띈 점은 오른쪽 측면 풀백 자리다. 이날 선발로 나선 게오르기오스 세이타리디스(29. 파나티나이코
스)는 파라과이전까지 A매치 69경기(1골)에 출전한 베테랑 주전이다.
그러나 세이타리디스는 소티리오스 키르지아코스(31. 리버풀), 알렉산드로스 치오리스(25. 시에나), 바실리스 토로시디스(26. 올림피아코스) 등 나머지 수비수들과 간격을 맞추지 못하며 파라과이 공격진에게 자주 공간을 내줬다.
전반 10분과 24분 실점 상황은 모두 왼쪽에서 이뤄졌고, 자리를 잡지 못한 세이타리디스가 원인을 제공했다.
세이타리디스뿐만이 아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활약 중인 키르지아코스는 느린 발 때문에 뒷공간으로 이어지는 파라과이의 패스를 효율적으로 방어해내지 못했다. 치오리스도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테오파니스 게카스(30. 프랑크푸르트)를 대신해 최전방 공격에 나선 판텔리스 카페타노스(27.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는 전반전 내내 별다른 찬스를 잡지 못하며 고립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대표팀 소집 후 처음으로 선발출격한 '신성' 소티리스 니니스(20. 파나티나이코스)는 그동안의 명성과는 동떨어진 플레이로 실망을 안겼다.
레하겔 감독은 전반전에 벤치에 앉혔던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33. 파나티나이코스), 에반겔로스 모라스(29. 볼로냐), 루카스 빈트라(29. 파나티나이코스), 앙겔로스 차리스테아스(30. 뉘른베르크) 등을 후반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이들 역시 파라과이전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스는 북한전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느린 공격전개 속에 조직력까지 완전히 다져지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 다른 B조 팀인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에 비해서는 한 수 아래라는 느낌을 재확인시켰다.
그러나, 기성용(21)과 함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활약 중인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24)는 폭넓은 움직임과 출중한 개인기를 앞세워 고군분투하며 주목을 받았다.
비록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지만, 파라과이 수비진에 막혀 패스가 연결되지 않자 스스로가 내놓은 고육지책일 것이라는 평가다.
수비에서는 고전했던 치오리스도 공격 상황에서 파라과이 수비진이 차단한 공을 중거리슛으로 연결하며 2선 침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북한전에서 두 골을 얻어낸 세트플레이도 전반 중후반 위력적인 모습을 몇 차례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게카스가 최전방에 나설 경우, 측면에서 이어지는 크로스 능력도 위력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정해성 수석코치, 박태하 코치와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감독(55)은 "오늘 경기만 가지고 그리스의 전력을 논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북한전에 이어 파라과이전에서도 약점을 노출한 그리스를 지켜보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더욱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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