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그리스전이 목표 달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승리를 위해서 공격, 수비, 조직력, 집중력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후반 중반 이후 승부에 종지부를 찍어줄 만한 조커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조커는 카드게임에서 나오듯 어려운 순간에 분위기 반전용으로 혹은 유리한 순간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용도로 사용된다.
대표팀 최고의 조커 카드는 아무래도 경험과 노련미의 안정환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과의 조별리그, 이탈리아와의 16강에서 안정환은 한국을 구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극적인 역전골로 원정 첫 승을 일궈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맹활약한 안정환은 올해 3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21개월 만에 ‘허정무호’에 소집됐다. 경험 많은 조커의 필요성을 절감한 허 감독이 불러들인 것.
허 감독은 안정환을 발탁하면서 “경험과 능력이 있어 테스트가 필요없는 선수다. 후반에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흐름을 바꿔 줄 카드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에서 1골만 더 넣으면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를 뛰어 넘어 아시아 최다 골의 주인공이 되는데서 알 수 있듯 경험을 앞세워 그리스전 필승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안정환이 오래된 조커라면, 대표팀 막내 이승렬은 떠오르는 조커이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의 성공신화를 이뤄낸 이승렬은 당초 열세가 점쳐지던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웃었다.
안정환 못지않은 ‘한 방’을 과시하며 위기에 처했던 허 감독을 구해내기도 했다.
이승렬은 지난 2월 14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선수권 최종전에서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허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5월 16일 대표팀 출정식을 겸해 열린 에콰도르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는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빨랫줄 같은 왼발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사실상 남아공행을 완성해냈다.
2골 모두 골이 절실하던 상황에서 나온 알토란 같은 골이었다. 최종 엔트리 발탁을 두고 이뤄진 경쟁만으로도 이승렬에게 큰 공부가 될 것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이승렬은 최종엔트리 발탁으로 답했다.
내친김에 허정무호 비장의 카드로 거듭나고 있다.
안정환, 이승렬 모두 확실한 한 방을 가진 조커들이다. 한국의 원정 첫 16강은 둘 중 하나의 발끝에서 가려질 지도 모르는 법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