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지난 달 30일 광주 홈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연장 접전 끝에 5-10으로 패해 11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문학 SK전부터 계속된 연패 행진의 수모다. 지난 27일 2005년에 당한 최다연패(8연패)의 기록을 갈아치운 KIA는 달갑지 않은 신기록 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호랑이의 군단의 기세를 온데 간데 없어졌고, 공수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6월초 3위까지 올랐던 순위도 어느새 6위까지 내려섰다. 7위 넥센과의 격차도 3게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운드, 타선 할 것 없이 총제적인 난국이다. 안되는 집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옛 속담처럼 요즘 KIA가 그 짝이다.
투수진의 엇박자가 KIA의 발목을 잡고 있다.
30일 SK전이 대표적인 예다. KIA 선발 아킬리노 로페즈는 이날 모처럼 호투했다.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상대 타선을 2안타로 묶어내고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어 등판한 계투진이 줄줄이 무너져 8회초 동점을 내줬고, 결국 연장 접전 끝에 패했다.
앞서 23일에도 KIA는 넥센과의 경기에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양현종을 내세워 연패 탈출에 도전했다. 양현종은 7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냈지만 9회 계투진이 투런포를 헌납해 역전패를 당했다.
이처럼 지난 해 KIA가 자랑했던 철벽 불펜진의 위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기 후반 '지키는 야구'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타선도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MVP를 차지한 '중심타자' 김상현이 무릎통증 등으로 장기 결장해 '중심축'을 잃어버린 KIA는 최희섭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팀 분위기다.
에이스 윤석민이 지난 달 1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8⅓이닝 동안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팀이 3-4로 역전패했고, 화가 난 윤석민은 라커 문을 오른손으로 가격해 골절상을 입었고, 6주 진단을 받아 전반기를 마감했다.
또, 30일 SK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했던 로페즈 역시 8회 계투진이 동점을 허용하지 의자를 집어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조범현 감독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좋지 않은 팀 분위기는 경기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KIA는 결정적 주루사와 실책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다음 시즌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것은 2차례 있었다. 2001년 우승팀 두산이 다음 해 5위로 추락했고, 2004년 챔피언 현대는 2005시즌 7위로 내려 앉았다.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KIA의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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