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미켈슨의 표정은 당연히 밝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35. 미국)에게 밀려 생겨난 '만년 2인자'의 칭호를 보기 좋게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는 조금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미켈슨은 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 7400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8타를 잃어 최종합계 3오버파 283타 공동46위로 대회를 마쳤다.
미켈슨의 1주일은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전 세계 골프팬들은 무려 4년 넘게 이어져 오던 '우즈 천하'를 무너뜨릴 미켈슨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만일 미켈슨이 이번 대회에서 4위 이내에 들고 우즈가 44위 밖으로 밀려날 경우 새로운 골프 황제가 탄생할 수 있었다.
3라운드까지도 분위기는 좋았다. 우즈가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 속에 하위권을 맴돈 반면 미켈슨은 4위에 불과 2타 뒤진 공동 10위에 오르며 최종라운드에서의 대반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갤러리들의 쏟아지는 관심 속에 라운드를 한 미켈슨은 보기 7개와 더블보기 1개로 무너졌다. 버디는 고작 1개 뿐이었다.
보기와 더블보기 모두 앞선 세 차례 라운드를 치르며 범한 수와 같을 정도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3라운드 내내 70%에 육박하던 그린 적중률은 33%로 뚝 떨어졌다. 눈앞에 다가온 세계 1위에 대한 부담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라운드를 마친 미켈슨은 "나는 오늘 꽤 기분이 좋았다. 코스를 공략할 준비를 마쳤고 여러 개의 버디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켈슨은 오는 13일 개막하는 PGA챔피언십을 통해 다시 한 번 우즈의 아성에 도전한다. 우즈의 부진이 평범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악몽을 경험한 미켈슨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의 말에서 두 번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미켈슨은 "만일 내가 매번 우즈보다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친다면 랭킹은 바뀔 것이다"며 "문제는 내 뒤를 추격하는 선수들이다. 내가 만일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들이 나를 넘어설 것"이라고 의지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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