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서 세계최고로… 韓축구는 지금 '소녀시대'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9-26 16: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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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데뷔전서 1골 30실점 쓴 맛… WK리그 출범 후 유망주 중심 승승장구 2010년 세계 여자축구계를 뜨겁게 달군 태극낭자들의 활약사는 고작 20년에 불과하다.

남자대표팀이 반세기 전 일찌감치 '아시아의 맹주' 지위를 차지한데 반해, 한국 여자축구의 시작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한국여자축구가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정확히 20년 전인 1990년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였다.

당시 홈팀 중국(0-8)을 비롯해 북한(0-7), 대만(0-7), 일본(1-8) 등 4개국을 상대로 1골을 넣은데 반해 30골을 내주며 제대로 혼쭐이 났다.

사실 당시만 해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축구에 여자대표팀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할 시기여서 얼추 이해가 가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앞날이 얼마나 험난할지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후 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연달아 노크했지만,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아시아 무대도 넘
지 못하는 실력에 월드컵 출전을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쉽게 일어설 것 같지 않았던 여자축구는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한 뒤 프랑스와 접전 끝에 0-1로 졌고, 세계 최강 노르웨이에는 7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전 후반 30분 김진희가 본선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이듬해 또다시 낭보가 전해졌다.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한국 여자축구가 거둔 첫 낭보였다.

그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는 1승2패로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지만, 미국(0-3), 스페인(1-2)에 연패한 뒤 만난 러시아를 상대로 이장미, 박희영의 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후 한국 여자축구는 학원 및 실업팀 증가, WK리그 출범 등으로 내실을 다져왔다. 가뭄에 콩나듯 발굴되던 선수들의 수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내공을 쌓은 여자축구는 올해 U-20 월드컵 3위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남자축구도 오르지 못했던
FIFA 주관대회 3위의 성적이었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1회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던 U-17 대표팀은 이듬해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뒤, 여세를 몰아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두 번째 월드컵 출전에서 우승컵을 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여자축구 각급 대표팀 월드컵 역대 성적

▲성인대표팀 (1회 출전)
*2003년(미국)=조별리그 탈락(3전 3패)

▲20세 이하 대표팀 (2회 출전)
*2004년(태국)=조별리그 탈락(1승2패)
*2010년(독일)=3위

▲17세 이하 대표팀 (2회 출전)
*2008년(뉴질랜드)=8강 진출
*2010년(트리니다드 토바고)=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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