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학 양천구청장 "구정 운영에 거버넌스 철학 반영 '다함께 희망양천' 만들어 가겠다"

최민경 / / 기사승인 : 2010-10-21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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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청장 취임 100일 특별인터뷰
[시민일보]지방자치단체의 개념을 ‘거버넌스(governance)’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 설사 그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구정운영에 거버넌스 철학을 반영시키는 구청장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이제학 양천구청장이다.

국정관리 체계(國政管理體系), 공치(共治), 협치(協治)로 번역되는 거버넌스는 ‘함께 통치한다’는 뜻이다.

함께 통치하려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권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구청장은 자신이 구정운영에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실 박사논문을 이걸로 썼다. 90년대 초부터 화두가 됐는데 이제야 일반영역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이번 슬로건도 ‘다함께 희망양천’이라고 했다. ‘다함께’가 포함됐다. 요즘은 옛날같이 ‘날 따르라’는 식의 통치는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부독점시대에나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즘 인터넷이 발달되어 부지런한 사람이 정보를 많이 취합하면 성공하게 돼 있다. 모두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이제 혼자서 독식하는 구조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구정운영에 각계 전문가들을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려있다. 각계 전문가로 네트워크 강화해 같이 협력해 코디네이터 역할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구청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각계 전문가들이 들어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구청장은 “시민단체와 각계 전문가, 언론들이 사업을 기획하는 것부터 홍보하는 일이나, 사업과정 전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양천 동네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각계전문가가 모여서 같이 논의를 해야 한다. 이들은 비판하고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고, ‘희망양천’을 같이 만들어 가는 동반자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언론이 구정운영에 들어와야 하는 거고, 경제계, 종교계의 오피리언 리더들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현재 인적자원은 구축이 된 상태고, 정식적으로 조례개정해서 법적기구를 만들어 정례적으로 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천구가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대해 일부 구의원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구청장은 “일부 구의원들께서 ‘거버넌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거기에는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도 다 포함돼 있다”며 “거버넌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내 조직을 만들 생각이라면 그렇게 만들겠느냐, 소통위원회에 백여명 무더기로 넣지 안겠나. 그러니 색안경 끼고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주민배심원평가단’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그는 “주민배심원평가단은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부분을 결정한다. 전문가들의 경우에는 변호사, 회계사들이 직접 와서 돈을 받고 평가하고, 매년 일반인들도 경전철이다 하면 그쪽 동네 사람들이 참여해 그 사업을 자문하고 평가하게 된다”며 “일반인들이 하는 것은 참여부분이 크다. 민의를 반영하면 불만이 없어진다. 주민들이 직접 어떤 사업을 보면서 문제점과 좋은 점을 직접 보게 되니 불만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협치와 주민참여 행정을 강조하는 이 구청장도 공무원 조직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그의 취임 이후 양천구 간부들 90%~95%가 바뀌었다는 소리가 들릴 만큼,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 구청장은 “한 곳에 오래 놔두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잘못된 부분의 유착관계가 존재할 수도 있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해서 바꿨다”며 “전반적으로 피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개편이 필요했다”고 조직개편의 배경을 설명을 했다.

그는 또 “전과·동을 바꾸는 것으로 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바꿀 수 있었다”며 “구의원, 국회의원 등이 ‘이 사람은 봐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한명도 예외 없이 바꾼다’고 했더니, 다들 수긍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직개편으로 정체되거나 침체돼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그동안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조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만큼,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 구청장은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잡는 과정이 지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며 “어차피 구청장이 조직을 장악하는 건 인사다. 승진도 개인능력위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유능한 공무원’에 대해 “상사가 묻기 전에 ‘이렇게 가겠다’고 보고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제학 구청장은 양천구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양천구에 일자리 1만개 창출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구청장은 “서울 25개 구청중 양천구가 제일먼저 일자리정책과를 신설했고 이 부분에 역점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지난 10월1일에는 취업박람회도 개최했다. 마포구청장도 공약을 일자리창출로 똑같이 내걸었던 걸로 알지만 우리는 타구보다 빨리 움직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취업박람회 개최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지금 개최해봐야 10명이나 취업되고 100여명정도 참여할 텐데 돈만 많이 든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한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번 취업박람회에 1000여명이 참여했고, 현재 390여명이 취업 진행 중에 있다. 또 10월12일에는 일자리 창출 관련해서 사회연대은행 사답법인함께만드는세상, 함께일하는재단, 양천상공회의소와 협약식을 맺었다. 사회연대은행은 중소기업 창업 지원을 하게 된다. 대부분 사회적 기업은 신용도가 없다. 그래서 사회연대가 필요하다”며 “일자리 관련해서는 전망이 밝다. 맑음이다”라고 거듭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토록 자신감이 충만한 이 구청장도 벽에 부딪힌 일이 있다.

그는 “내세웠던 공약이 37개다. 그중 핵심적인게 일자리 1만개 창출과 무상급식 실시, 경전철 얘기했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예산에 어려움 있다”며 “사실 후보시절엔 예산을 자세히 몰라서 무조건 경전철을 전면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구청장이 되고 보니 전면 지하화를 추진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업자가 달려들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남부순환로 구간의 고가방식에 대한 지하와 요구와 사업수익성 저조 문제로 추진이 중단된 상태”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그는 “남부순환로 구간방식을 노면전차 방식으로 수정 제안했다. 노면전차방식으로 바꾸면 공사비가 약 1800억이 떨어진다. 공사비가 그렇게 되니 현대산업개발에서 ‘그럼 해볼만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오세훈 서울시장에서 말했더니 ‘그러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며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지하철 4개역과 환승시스템 구축하고 노면전차 방식으로 바꾸는 것. 이 두가지 수정 제안을 했는데, 실현가능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되니 행복한가?’라는 기자의 뚱딴지같은 질문에도 “기쁘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까지는 너무 바빠서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며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쁘다. 남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고르지 못한 부분을 고르게 해주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어떤 것이 실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쁘다”고 진지하게 답변해 주었다.

이제학 구청장은 “취임한 후 존경하는 재계인사분에게서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그 분이 선물하면서 ‘구청장 결재 하나는 한사람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정의롭게 결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그 만년필로 결재할 때마다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재건축, 재개발을 보더라도 그 개인 한사람들은 전 재산을 걸어 놨을 텐데, 내가 ‘예스’로 답을 하느냐 ‘노’로 대답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게 그가 무엇 하나를 결재하더라도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민경 기자 wowo@siminilbo.co.kr

사진설명=이제학 양천구청장은 <시민일보>와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날 따르라'는 식의 통치가 아닌 '다함께'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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