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연임제한에 묶여 구청장직을 떠났다가 지난 6.2 지방선거을 통해 복귀한 4선의 고재득 서울 성동 구청장은 1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런만큼 현장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터뷰를 위해 찾은 고 구청장 집무실에서 이내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책상 왼편 벽에 걸려 눈길을 끌고 있는 한 폭의 그림 때문이었다.
물이 담긴 흰 그릇, '정한수'라는 제목의 정갈한 그림이 그것이었다.
정한수 앞에서 ‘정성을 다해 구정에 임하는 마음을 다지는 의미로 걸어놓은 그림”이라는 구청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림이 더 그럴 듯해 보였다.
어쩌면 그의 이런 자세가 그를 전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초로 동일 지역에서 4선 단체장이 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4선 단체장의 소회에 대해 “상당히 구청장을 오래했는데 다시 구청장을 하게 되니까 큰 과오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지역 주민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들을 벌리기 보다는 신중하게 주민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처지에서 사려 깊은 행정을 펼쳐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서울구청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서울 지역 자치구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25개 구청장 중 18명이 초선 구청장들이다 보니 그의 경륜과 관록의 쓰임새가 제법 쏠쏠하다는 평가다.
실제 고 구청장은 “초선 구청장들은 젊은데도 모두가 열정적이고 개혁적이고 능동적이고 활동적”이라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구정을 이끌고 있는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보고, 그들이 하고 있는 것 중에서 성공적인 정책과 시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SSM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구제수단을 강구한 노원 김성환 구청장과 성북 김영배 구청장들의 전위적 행정은 나로서는 매우 감탄스러운 부문"이라며 “앞으로도 좋은 시책을 많이 보고 배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4선 관록의 구청장이 초선 구청장들로부터 배우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주민의 평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과 데일리리서치가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 구청장은 무려 75.9%의 주민으로부터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작년 한 해 동안 구청장이 참석한 행사가 615건이나 된다고 한다. 하루에 2~3건의 행사에 참석하다보니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도 하고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나누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그래서 ‘행사참석기준안’이란 것을 만들었다. 초기엔 일부 주민들이 서운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하고 걱정도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주민여러분께서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보이는 구청장이 아니라 행동하는 구청장으로, 주민 옆에서, 서민 옆에서 일하겠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서민과 더불어 잘 사는 지역사회 구축으로, 서민경제 활성화 등 함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복지·교육·보육 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재득 구청장은 ‘사람 중심의 행복한 성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의 ‘민선5기 역점 사업’은 여기에 비중을 두게 될 것이란 뜻이다.
고 구청장은 “우리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배고프고 가난했지만 그래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는 건,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며 “그래서 그런 ‘동네’를 한번 만들어보자 하는 것이 제 작은 목표다다. 푸른 공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동네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 성동구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 돼서 주민이 떠난다면 그 도시는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각 동마다 2곳 이상 구립어린이집을 신설하고 출퇴근하면서 아이 맡기고 가기 편하도록 지하철역에 보육 및 탁아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 구청장은 “현재의 학생들에 대한 투자와 지금 있는 학교를 우수학교로 육성하겠다”며 “1만 7,50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학교를 지원할 계획이며, 중학교는 학력향상은 물론 인성과 다양한 재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학교지원을 할 계획이다. 고등학교는 지역의 발전과 교육이미지 형성의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우리 구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 구청장은 구 이미지 제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성동구의 마크는 무지개”라며 “중랑천, 청계천 한강을 끼고 있는 수변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중랑물재생센터는 우리나라 하수처리 시설의 효시로 2007년부터 2026년까지 3차에 걸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하수처리 시설을 지하화, 고도화?현대화하고, 지상에는 환경테마 공원 등 주민을 위한 친수공간과 체육시설이 들어서면 중랑천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수변생태 문화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또 “이와 연계하여 중랑천에서 서울숲에 이르는 지역을 수변중심 녹색체험 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라며 “풍력, 태양열 등의 체험코스가 있는 녹색에너지관, 그린카를 체험할 수 있는 녹색교통관 등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 주민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환경 시설 및 장소를 만들어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 구청장은 젊은이들의 취업난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내 중소기업체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취업박람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일자리 발굴단을 운영하여 기업에서 필요한 분야의 인력을 적시에 공급할 것”이라면서 “또한 취업정보센터를 확대하여 구인ㆍ구직과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거나 창업을 원하는 주민들을 위해 제화기능 등 직업교육과 천연비누 제조 등 창업교실을 운영하여 주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재화ㆍ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면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6곳의 사회적기업이 노동부 인증을 받아 활동하고 있으나, 2011년까지 20곳을, 2013년까지는 50곳의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희망찬 경제도시를 만들겠다”고 강력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열악한 자치구 재정이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그가 아니다.
고 구청장은 “우리 자치구의 재정권은 너무나 열악한 형편”이라며 “취임 후 기존에 추진해왔던 모든 사업들에 대해서 타당성과 효과성 등을 재검토하여 사업을 보류, 축소해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러한 노력만으로 자치구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으로 자치구의 세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2011년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그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인 문제인 재원구조는 해결하지 않고 재정 자립도와 지방자치단체만 탓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복지수요 등 돈을 써야할 곳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참다운 지방자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상생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구청장협의회장으로서 서울시에 합리적인 재원분배 방안 등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고 구청장은 ‘무상급식은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규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중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은 반드시 시행되어야하는 정책”이라며 “무상급식을 단순히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먹는 한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고 구청장은 “구정운영은 구청장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뜻을 헤아리고, 성동구 1200여 직원들과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주민을 위한 구정이어야 하는가를 숙의하고 고민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며 “저는 항상 서민의 편에 설 것이며, 현장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사진설명=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시민일보>와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뜻을 헤아리고, 직원들과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주민을 위한 구정인지 고민하며 항상 서민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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