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나경원 ‘힘 실어주기’논란
민주당, 주류-비주류 또 정면충돌

[시민일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 박원순 변호사 등 유명인들의 무소속 후보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 정치권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4일 전문가들은 무소속 부상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지만 민심의 향배에 따라서는 서울시장 후보 구도가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안철수 교수는 최근 자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아직 출마를 결심한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출마하게 된다면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출마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상황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교수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박경철 원장은 만약 안 교수가 출마할 경우,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출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희망제작소 측은 “박 변호사가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마치고 오는 10일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공식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변호사도 ‘시민단체 몫’의 무소속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안 교수와 박 교수가 무소속 후보단일화를 이뤄낼지 여부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필적할만한 대어급 무소속 후보가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등 야권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앞서 안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열린 '청춘 콘서트' 행사를 앞두고 무소속 출마 의사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국민정서상 한나라당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 변호사는 '친손학규계'로 분류되고 있어 민주당 후보와의 막판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안 교수와 박 변호사가 먼저 무소속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낸 다음에 야권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야권 통합 후보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박 변호사는 야권 통합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 교수는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도 "안 교수가 자신의 이미지와 정반대에 있는 정당을 선택할 경우 이득이 되겠느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우선 한나라당은 야권 후보 난립으로 '표 분산'을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로 '야 4당 후보+ 안.박 연대'로 범야권 통합 후보가 나올 경우 한나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근 안 교수 등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나라당 영입이 여의치 않다면 다자간 구도도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도 “민주당에 미칠 유불리를 떠나서 좋은 후보들이 많이 나와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판이 확대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같은 발언과는 달리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들 무소속 거물급 주자들에게 필적할만한 자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모두 내부진통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한나라당 서울시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최근 연찬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경선과 전략공천 중 아직 하나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며 전략 공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당 대변인인 진성호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불가피하며 이 같은 서울시당의 뜻을 홍준표 대표에게 전달했다"며 "서울시당도 경선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당의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나경원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금처럼 특별한 원칙 없이 후보 하마평이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나 최고위원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경선을 하기로 서울시 의원들이 입장을 모았다는게 난센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의원 11~12명이 모여서 얘기를 하며 그게 서울시당의 공식 입장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서울시당은 경선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나 최고위원으로 가자는 분위기로 정리되는 분위기”라며 “그러면 (무상급식에 반대한) '오세훈 프레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다. 총선에서 다 망하자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립성향의 김성식 의원도 "지난 총선, 재보선 선거와 무상급식 투표까지 세 번을 연달아 진 상황에서 또 '오세훈 프레임'이나 'MB 심판론'으로 가서 되겠느냐"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홍준표 대표 역시 나경원 후보보다는 '새로운 후보' 쪽으로 무게추가 많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울시당의 제안에 "당헌은 전략공천을 해도 되고, 경선을 해도 된다고 돼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민주당은 오는 25일쯤 민주당 단일 후보를 확정하기로 하고 후보 수에 따라 예비 경선을 우선 치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민주당 공심위는 야권 안팎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다른 야당이나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심각하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인 천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장선 사무총장이 어제 전화를 걸어 당 개혁특위 위원장직에서 사퇴하라고 하던데 손학규 대표가 지시한 것이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어떻게 사무총장이 단독으로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물러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할 수 있나”라며 손 대표가 배후에서 지시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 그는 “대체 손 대표의 정치적 저의가 무엇이냐”며 “(손 대표가) 당 개혁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와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천 최고위원은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정 일정을 조속히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선 방법에 대해선 “서울시민이 누구나 참여해서 공정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주자를 3~4명 축약해 (야권진영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경선을 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사실이 아닌 것까지 끌어내 국민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중해 달라"고 비주류 측에 강하게 경고 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원내에서는 천정배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이미 선언했으며, 이인영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전병헌·김성순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 중이거나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원외 인사들 가운데서는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이계안 신계륜 김한길 전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