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농민에 사실상 선전포고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9-21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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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이 사실상 농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가 궁지에 몰렸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인 남 의원이 정부의 농업보조금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미FTA 체결을 위해 국회가 농민에 저항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18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남 의원은 2006년 2월 1일 미국 워싱턴 방문(2월 7일~10일)을 앞두고 김덕룡, 전여옥 의원 등과 함께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미대사과 조찬모임을 갖고 한미 외교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버시바우 대사에게 “국회의원이 농민들과 맞서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 의원들은 농민들을 두려워해 진정한 현안을 다루지 않고 농업보조금만 지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의원들이 농업보조금 정책을 지속하는 게 왜 해로운지 설명하고 한미FTA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중FTA 체결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는 농민에 저항할 용기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특히 한중FTA을 체결하면 한미FTA 때보다 더 많은 저항이 일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국민의 요구에 저항하는 것을 ‘용기’라고 이야기하는 남 위원장은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이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전농은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은 4.6%로 주요 선진국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농업보조금정책이 해롭다는 것은 ‘모든 농업보조금을 없애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농업선진화정책을 보는 듯하다”며 “농민 앞에 사과하고 한미FTA 국회 비준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에서 “힘없는 농민에게 저항할 것이 아니라, 미국 등 강대국의 통상 횡포에 저항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당연한 자세인데도 남의원은 되레 우리 농민과 싸우자고 하고 있으니, 과연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알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지난 16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이 야권의 반대로 벽에 부딪히자 결국 직권상정 카드를 썼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일부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점거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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