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수평적 리더십 지향"

진용준 / / 기사승인 : 2012-01-26 17: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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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수직적 리더십과 극명 대비"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시민일보] ‘노무현’이 부활했다.
그의 유훈통치가 2012년 대한민국 정치현장을 주도하면서 미완에 그쳤던 그의 꿈을 노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과 더불어 그의 이름 석자가 야당후보로 4.11 총선 전에 나선 사람들에게 상종가를 치는 최상의 메뉴로 선호되고 있다. 탈당압박 등 코너에 몰려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임기 말 정국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노 전 대통령식 리더십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일까?

26일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에게 노무현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정책기획실장으로 노무현 후보 진영의 정책기획을 총괄했고 이후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 임기내내 정치적 고락을 함께 했던 측근 중 한사람이다.

그런 만큼 노 전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식 리더십이 권위주의적, 수직적 리더십의 전형이었다면, 노 대통령이 지향한 건 수평적 리더십이었다”며 “이명박 정권이 수직적 리더십으로 회귀하는 바람에 더 극명하게 대비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참모들이 고민했던 것은 우리 사회가 그렇게 한꺼번에 수평적 리더십을 받아들일 수 정도로 성숙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너무 이상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며 “대표적으로 ‘평검사와의 대화’가 상징화되는 것이지만, 노 전 대통령은 소위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은 국가의 권력이 여러 곳에 존재하는데 자기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갖고 있는 권한의 범위내에서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입법부의 권력은 국회에서, 사법부의 권력은 법원에서 언론은 언론대로, 각자 범위 내에서 주어진 권한이 행사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전임정부까지 있었던 국정원 주례보고를 없앴다. 불가피할 경우 반드시 다른 사람을 배석하도록 해서 대통령과의 독대를 없앴다”며 “혼자 대통령을 조용히 만나고 와서 ‘내가 대통령한테 말씀드렸는데, 대통령의 뜻이 이거야’ 라고 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대통령 나름의 뜻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또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정리하는 최종 심판자가 아닌, 청와대 브리핑이라는 공식 통로를 통해 행정부 수장으로서 하나의 의견을 제출하는 형식이 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당시에는, 대통령이 너무 가벼운 존재처럼 보일 정도로 수직적 권위주의 체제를 수평적 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금단현상이 나타났지만 본인이 다 이겨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진보적 변화를 해야 하는데 그걸 가로 막는 게 진보 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영호남의 지역구도라고 보았고, 민주당의 변화를 희망했다. 그 결과 정당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열린 우리당 창당에는 반대했다”며 “실제로 창당을 주도한 것은 우리가 흔히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라고 부르는 그 분들이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을 깨고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소위 천신정의 방식에 대해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나중에 불가피하게 동의하긴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을 배후에서 조종하거나 시킨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그런 방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계셨다.”며 “퇴임 이후 다시 민주당에 호남색이 강해지자 이를 주도하는 유시민 씨 등 일부 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아가 몇 차례 독자적인 신당을 만들겠다는 의견을 전했는데, 그때도 반대했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민주당을 바꿔라, 독자창당 방식은 옳지 않다’고 극구 말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유시민씨와 그 주변에 있는 분들은 민주당을 개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고, 그 점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도 인정했다. 그러나 독자창당 방식으로 가는 것은 민주 진영 내에 일종의 분열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방식은 옳지 않다고 해서 몇 차례나 말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독자창당을 하려는 분들이 속리산으로 1박2일 모임을 갔다. 그 다음날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잠시 (창당작업을)중단했으나, 결국 그 흐름이 국민참여당으로 가시화가 되고 말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특정 지역에서 일종의 토호세력화 되는 그런 정당이 아니기를 희망했지만, 그 방식은 분열적 방식이 아니라 통합적 방식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DJ는 물론 MB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노무현 후보시절에 김대중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지만,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후보들이 보통 전임자의 인기가 떨어지면 차별화하기 위한 유혹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일절 그런 것 없이 DJ를 예우했다. 본인이 퇴임하고 나올 때에도 비록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MB 대통령하고의 관계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전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으로서 서로 지켜져야 할 예의에 대해 중히 여기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약속한 바 있지만 그게 중간에 안 지켜지기 시작했고, 그 부분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많이 가슴 아파 했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현 정부의 무리수에 대해 섭섭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 정부는 전임정부에 대해 있지도 않는 것,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까지도 창피주기 방식으로 검찰의 빨대들을 통해 언론에 생중계를 했다”며 “지금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는 걸 가지고 몰염치한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만들었다. 노 전대통령이 정계복귀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뒤로 숨기고 있는 듯한 등등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무리한 짓을 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논란이 되었던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서도 “ 법률이 채 정비되지 않았지만 대통령 기록물 본인 열람 시스템에 대해서는 권력 이양과정에서 다 협의한 내용인데 그것까지도 못하도록 막았다”고 지적했다.

김 구청장은 “이 대통령은 소고기 파동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촛불 시위의 배후세력 내지는 불씨가 되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 같다”며 “그러면서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없앴다. 예우라고 하는 게 비리 불법을 은폐시키자는 게 아니라 전.현직 국가수반에 대한 상호간의 예의를 지키자는 측면이라는 점을 문재인 전 대통령 실장과 김경수 전 비서관 등을 통해 몇 차례 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수평적 리더십을 통해 사람들과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에 대해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며 거듭 ‘수평적 리더십’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김 구청장의 구정운영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화’와 ‘소통’을 앞세운 김 구청장의 구정운영은 여러 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상징적인 건 그동안 굳게 닫혔던 구청장 집무실 앞 철문을 개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구청장은 “개청 이래 구청장실 앞 철문은 계속 닫혀 있었다. 평소 직원들이 업무보고를 하려고 해도 위층을 돌아서 오는 불편한 동선이었다. 구청장실에 시위를 하러 오거나, 항의를 하러 오거나 하면 5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게 하는 조치를 취해 순식간에 5층을 철옹성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방식으로는 민원을 해결할 수 없어서 철문을 열었다. 지금은 어떤 민원인이 와도 5층에 엘리베이터가 안서거나 하는 일이 없다. 구청장이 민원을 듣는 것 만으로 문제의 50%가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로서 노 전 대통령이 하시고자 하던 방향에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구청장은 “집권 초, 노동비서관실을 통해 스웨덴식 모델을 연구하고 실행해보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 대통령이 그 정도 지시를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냈어야 했는데 당시 참모들의 역량으로서는 그걸 뛰어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이 제안하고 지시를 했는데도 현실화 시켜내는 참모들 능력이 참 모자랐던 것”이라며 “국정운영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당시는 정책적으로도 신자유주의가 막판 기승을 부리는 시기였고, 재벌의 힘도 강력했으며, 관료들의 힘도 막강했다. 대통령의 참모와 관계자들이 그 난관을 뚫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목숨 걸고 하지 못했다. 그런 미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사진설명=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내내 정치적 고락을 함께 했던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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