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덫… 자영업자 빚 430兆 '시한폭탄'

민장홍 기자 / / 기사승인 : 2012-10-31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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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빚 회사원보다 2배↑… 1가구당 빚 '1억'
[시민일보] 최근 경기 둔화로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서 430조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의 부채에 경고음이 켜졌다.

1인당 부채 규모가 임금 근로자보다 부채가 2배가량 많은 데다 연체율까지 치솟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4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6.9%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8.9%)을 웃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여건이 악화되면서 사업체 운영자금 및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또 베이비부머 은퇴와 함께 생계형 창업활동이 증가하면서 창업자금 수요가 급증한 것도 부채 증가 요인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부채는 가구당 9500만원으로 임금 근로자(4600만원)보다 두 배가량 많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19.1%로 임금 근로자(125.8%)를 크게 웃돈다. 연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초과하는 과다채무가구 비중 역시 14.8%로 임금 근로자(8.5%)보다 높은 편이다.

연령별로는 소득 창출능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에서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자영업자 부채 중 50대 비중이 34%로 가장 높은 가운데 60세 이상도 25%에 달했다.

신용등급별로 임금 근로자 부채는 1~4등급에 71%가 분포했지만 자영업자 부채는 5등급 이하 비중이 61%를 차지해 부채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만기 연장시 원금 일부를 상환할 수 있는 LTV 60%를 초과한 대출은 임금 근로자가 13.3%에 불과한 반면 자영업자는 27.5%로 두 배를 웃돌았다.

최근에는 연체율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1.1%로 임금 근로자(0.6%)에 비해 높았고, 상승 속도도 가팔랐다.

더욱이 임금근로자는 저소득 차주일수록 연체율이 높았지만 자영업자는 연소득 3000만원 이상인 차주의 연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부채를 많이 보유하는 중·고소득층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부채구조가 취약한 것은 일반 가계보다 차입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생산성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가운데 그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영업자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전통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실정이다.

한은은 "자영업자 부채는 경기 상황 및 부동산 가격 변동에 취약해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채무 불이행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향후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부채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장홍 기자 mjh@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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