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안 후보 발언은 정치평론 수준”

[시민일보] 민주통합당이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내 '민주당의 쇄신을 바라는 모임(쇄신모임)' 소속 의원이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가 하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이해찬 대표 등 친노 계파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안 후보의 발언은 정치편론 수준”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안 후보는 제주 방문 이틀째인 지난 2일 제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희망콘서트에 참석해 "민주당에서도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에 열심이셨고 희생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어서 열심히 하시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계신다. 그분들 잘못 하나도 없다"면서도 "오히려 계파를 만들어 계파의 이익에 집착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그 분들의 책임"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하되 인적쇄신을 놓고는 말을 아끼던 안 후보가 대응방식을 바꿔 친노 지도부 퇴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민주당 김한길 최고위원이 지난 1일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직을 내놓은 후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더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발언이 특히 이해찬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발언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지난달 초 이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제시하며 안 후보를 자극한 점이 꼽히고 있다.

당시 이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과 정당후보론을 제기해 단일화 프레임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안 후보 뿐만 아니라 문 후보의 지지율까지 동반 정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대표의 존재 자체가 단일화 논의를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안 후보 캠프 내에서는 단일화논의 과정에 이 대표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선 후퇴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 대표가 당대표 직책을 가지고 있는 한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 안 후보 캠프 내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큰 안 후보 측으로선 이 대표를 배제한 체 문 후보와 직접 단일화 논의를 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대표를 배제한 단일화 논의를 위해 안 후보의 친노 계파주의 공격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안 후보의 발언 내용을 접한 문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일단 신중모드다.

과거 대선출마 선언 당시 안 후보가 결심을 하게 된 이유로 '야권의 총선 패배'를 제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또 후보단일화를 놓고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온통 두 후보의 입에 쏠려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 캠프 일각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이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해온 '민주당의 쇄신을 바라는 모임(쇄신모임)'은 안 후보의 발언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은 이 대표를 친노 계파주의의 아이콘으로 지목하며 이 대표의 사퇴를 통해 문 후보의 정치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알려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두 후보 간 단일화를 놓고 물밑 접촉조차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이 대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문 후보가 이 대표를 사퇴시키고 그 이후 안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해 승리한 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상대해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쇄신 모임의 판단이다.

실제 쇄신모임 소속 황주홍 의원은 지난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초선일지'에서 "이 시대 국민 여러분들의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정치 불신의 정중앙에 남의 탓만 할 뿐 자기희생은 도외시하는 구태정치가 놓여 있고 이 구태정치의 두 상징이 이(해찬)-박(지원)으로 표상되고 있음을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박의 거취 문제는 민주당이 정치쇄신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시금석(리트머스 테스트)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적쇄신 없는 정치쇄신은 기만이고 이-박 퇴진 없는 인적쇄신은 허구"라며 "이-박 퇴진 없이 거론되는 새로운 정치와 정치쇄신은 모두 공허한 정치의 장난일 뿐이고 이-박 퇴진은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진정한 속죄의 첫 걸음이며 희생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을 향해 '계파 정치 책임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안 후보가 출마선언 당시 얘기했던 정치평론 수준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말"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문 후보 축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기대와 여망을 한사코 외면하고 있는 쪽은 안 후보와 안 후보 캠프"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통합당은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총선 성적을 반성한 결과로 정치 초년생에 불과한 문 후보를 제1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며 "또 문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혁신과 변화의 결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은 출마선언 이후 두 배 이상 올랐고,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 이상 하락했다"면서 "안 후보가 이런 상황과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애써 모른척 하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안 후보는 정치 혁신과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후보 단일화에 집약되고 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이것을 외면하고 선거공학에 입각해 '내 갈길 알아서 갈테니 참견하지 말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후보 단일화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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