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통합행동’과 손학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0-06 14: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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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친노 대 비노 간의 계파갈등이 날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러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궤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그런 쓴 소리에는 아예 귀를 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당내 몇몇 인사들이 모여 “통합에 앞장서겠다”며 가칭 ‘통합행동’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한마디로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통합행동에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병두 조정식·정성호 의원과 원외 인사인 김부겸·김영춘·정장선 전 의원 및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8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합행동’을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와 연관시켜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이 모임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모임의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인 민병두 의원은 “외부에서 볼 때는 (통합행동이)손학규 대표랑 가깝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여기 모여 있는 분들은 당의 비노가 모여 있는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도 없고, 또 친노 정파 활동 그룹에 속해 있는 분도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통합행동은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위한 모임이 아니라 단지 친노와 비노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성향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도 한 방송에 출연, ‘손학규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 이 모임을 지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손 전 대표와)의논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생각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야당 승리를 위한 통합의 힘이라는 데에 대해서 부인하실 분들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이 모임을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 손 전 대표의 의견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통합행동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선 동의할 것이란 뜻이다.

민병두 의원이나 박영선 의원 등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통합행동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위한 모임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통합행동’을 손 전 대표와 연관 짓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의 정치행보에서 손 전 대표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합행동에는 ‘독수리 5형제’라고 불리는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독수리 5형제란 지난 2003년 7월,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이부영 이우재 의원 등 다섯 명을 일컫는 것이다. 당시 각 언론은 그들의 '정치 개혁' 의지를 우주의 침략자로부터 지구를 지켜내는 만화 주인공들에 빗대 '독수리 5형제'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들 가운데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은 12년 전의 그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지금도 여당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서 힘겨운 야당 정치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이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 당시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이른바 ‘분당대첩’이라는 기적을 일구어냈으나, 작년 7.30 재보선에서는 22년간 단 한 번도 야당 후보가 이겨본 적이 없는 수원 팔달구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손 전 대표의 행보와 너무나 닮았다.

손 전 대표가 문재인 박지원 의원과의 회동을 보이콧하면서도 김부겸 전 의원과는 어떤 형태로든 몇 차례 조우한 것을 보면, 그들 사이에 말 없는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또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어떤가. 그 역시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 전 대표가 만난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다른 정치인들의 방문은 단호하게 거절하던 손 전 대표가 박 전 원내대표의 손을 잡아준 이유가 무엇일까?

박 전 원내대표는 좌편향이라는 지적을 받는 당을 우클릭하기 위해 이른바 ‘보수대논객’이라고 불리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가 친노 측으로부터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 손 전 대표는 좌로든 우로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박 전 원내대표의 그런 노력을 높이 샀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추구하는 ‘중용 실학사상’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통합행동’을 손학규 전 대표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통합행동’구성원의 요구에 의해 내년 총선 이전에 정계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일 그가 정계 복귀한다면 요즘이 아니라 통합행동의 간곡한 요청, 나아가 국민의 부름에 의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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