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창 vs. 김성식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0-13 11: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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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 선언으로 한 사람을 잃었다. 대신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신당창당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을 얻었다. 안 의원이 잃은 사람은 김성식 전 의원이고, 그가 얻은 사람은 송호창 의원이다.”

이는 작년 3월 3일, 그러니까 안 의원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한 바로 다음날 <김성식 vs. 송호창>이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의 일부분이다.

사실 김 전 의원과 송 의원은 애초부터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도 두 사람은 비록 안철수 캠프에서 함께 일을 했지만, 생각은 너무나 달랐다.

김 전 의원이 줄곧 ‘정치혁신’을 꿈꾼 반면, 송 의원은 ‘선거승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대하는 방식부터가 달랐다.

새누리당 쇄신 파동 과정에서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자 당을 탈당하는 등 줄곧 정치 쇄신을 요구해온 김성식 전 의원은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을 때도 정치 혁신을 요구했고, 여야 기성정치권에 대해 쓴 소리를 연일 쏟아냈었다.

그런 그가 ‘정치혁신 대상’인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 그는 안 의원이 자신에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자 극한 절망감을 나타내면서 안 의원과 결별했다. 안 의원이 그 후 줄곧 김 전 의원에게 새정치연합 합류를 호소했으나, 김 전 의원은 단호히 거절했다.

반면 송 의원은 어떤가. 그는 대선 당시 야권후보단일화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안 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하지도 않았었다.

실제 그는 안 캠프에 합류한 다음날 안철수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후보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며 "나의 가장 큰 소임은 우리가 하나가 되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당시 안 후보의 돌연한 사퇴로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다. 나아가 이제는 문재인-안철수가 새정치연합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한 솥밥을 먹는 식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안 의원과 문 대표가 진정으로 하나가 된 것인지 의문이다.

안 의원이 연일 문재인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거나 하나가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송 의원 자신도 요즘 문재인 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 않는가.

이는 김성식 전 의원이 판단이 옳았고, 송호창 의원의 판단은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옳은 판단을 내린 김 전 의원의 소리는 울림이 있다.

그는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의원, 오늘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 과 '익숙한 것과 결별'을 강조"라고 언급한 후 "뉴스로 전문을 읽어보니 새정치를 주장하며 대선 후보로 출마하고 새정치추진위를 만들 때까지 보여주었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다가 민주당과 합당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대립에 기초한 익숙한 양당구조를 강화했던 안 의원"이라고 상기시킨 후 "오늘 안 의원의 기자회견이 새정련 혁신에 대한 확신과 투지인지, 안되면 탈당한다는 각오인지, 입지 확보용인지 솔직하게 듣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라고 했다.

사실상 안 의원에게 분명한 입장 표명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정말로 안 의원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하는 댓글들을 잇달아 올렸다. ‘정의’편에선 김 전 의원의 글은 그만큼 힘이 있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의원을 감싸고도는 송호창 의원의 발언엔 힘이 없다.

실제 송 의원은 김 전 의원의 입장표명 요구에 대해 "그래서 계속 정치를 새롭게 배우고 단련 중에 있는데,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를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바꿔주라고 요구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러기 위해서는 당 개혁 이외에 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내부에서 우리 당을 혁신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여유가 없는 상태"라고 대충 얼버무리는 형태의 답변을 했다.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기조차 어렵다. ‘정의’가 아니라 항상 ‘힘 있는 자’의 편에만 서는 그런 소리에 무슨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안철수 의원은 ‘정의’를 추구하는 김성식 전 의원을 잃은 대신 항상 자신을 떠받쳐주는 송호창 의원을 얻었다. 그렇다면 잃은 것이 큰 것일까? 아니면 얻은 것이 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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