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정두언, 맞는 말이지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0-25 11: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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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을 일찌감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무성 대표가 "당은 ‘똘똘’뭉쳐 반드시 이 일에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역사교과서에 대해 몇몇 의원들이 외부에서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반대 의견이 있다면 의원총회에서 말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바로 MB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이재오 의원과 정두언 의원이다.

실제 정두언 의원은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강경 우파들의 오만이 빚은 자충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역사교과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남아 있지만 그걸 국정화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잘못"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이재오 의원이 정부·여당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실행일자를 정해놓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간이 걸려도 정부는 국정화가 목적인지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지 언제부터 시행한다는 데 목적이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일단 두 사람의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러나 ‘총질’의 방향이 잘못됐다. 두 사람이 겨눈 총구의 방향은 정부여당이 아니라 야당을 향했어야 옳았다.

우선 현재의 교과서가 ‘좌편향’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은 국민들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 의원과 정 의원 역시 이 점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정 의원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체제를 갖췄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자율화, 다양화, 개방화의 시대로 진입했지만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이 자유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 의원은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행 교과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두언 의원은 "하지만 타율적, 획일적, 배타적인 국정화라는 방식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교과서가 비록 ‘좌편향’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으나, ‘국정화’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재오 의원은 “친일·독재 미화교과서는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된다. 특히 근현대사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살아있다. 왜곡할 수가 없다”면서도 “이 사태를 정쟁과 갈등의 장기화로 끌고 가면 국력낭비는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서민경제는 바닥이고 청년일자리도 바닥이다. 연말은 다가오고 할 일은 태산인데 정치권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지 않는가. 국정안정의 최종책임은 언제나 여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친일.독재 교과서 만들기’라는 야당의 주장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그 책임은 엉뚱하게도 여권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발언들이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겠는가. 아니,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바로잡고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이재오 의원은 “만일 국정화가 친일·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여권의 음모라면 나는 분명히 반대자의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릴 것이다. 그리고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가 ‘좌편향’을 시정한다면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지 않고 ‘우편향’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면, 필자 역시 반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싸울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편찬위원회 등 박근혜 정부 관련부처에서는 이미 수차에 걸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 의원 역시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놓고 우선 발목부터 잡고 보자는 놀부 심보의 야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게 맞지 않을까?

사실 ‘국정화’라는 형식보다 ‘좌편향’이라는 내용이 더 중요한 문제임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내부의 이런 ‘총질’도 한몫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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