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컵밥노점' 특화거리에 새둥지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5-11-04 13: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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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무죄! 정갈해진 거리가게… 노량진 명물 부활
▲ 기존 컵밥거리(이데아 빌딩~ 공단기 학원)의 모습.
▲ 새롭게 조성된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만양로 거리~ 사육신 공원 앞 보도육교)의 모습.
[시민일보=여영준 기자]서울 동작구(구청장 이창우)는 노량진 학원가에 밀집돼 있던 이른바 '컵밥거리' 노점을 최근 인근에 새롭게 조성된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로 이전 완료했다.

구는 지난 5월 노점 상인들과의 이전 협의를 거쳐 '거리가게 특화거리'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량진은 하루 유동인구가 12만명에 달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역세권이다. 특히 노량진역 맞은편에 위치한 노점들은 ‘컵밥’이라는 노량진의 명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요우커까지 방문하는 등 이용객 급증으로 행인들의 통행에 큰 불편을 줬다.

구는 해결방안으로 컵밥의 가치는 보존하되 주민들의 불편은 줄이기 위해 이전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시민일보>는 '컵밥거리'가 '거리가게 특화거리'로 이전한 과정과 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 거리가게 특화거리는 ‘상생’에 초점을 맞춘 노점정책 결과

거리가게 특화거리는 규제 위주가 아닌 지역주민과 노점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노점정책의 결과다.

구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의 결과로 매출감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32곳이라는 다수의 노점이 이전에 동의하고, 이를 실제로 완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10월16~19일 기존 구간(이데아빌딩~공단기학원)에 자리해 있던 노점 32곳은 이전에 앞서 자체적으로 점포를 철거했다.

이어 28곳은 새롭게 조성된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로 옮겼고, 음식점을 제외한 꽃집 등 4곳은 현 맥도날드 옆 골목으로 이전했다.

■ 270m 구간에 박스형 거리가게 28곳 들어서

거리가게 특화거리(만양로 입구~사육신 공원 앞 보도육교)는 기존 보도에 비해 폭이 넓다. 이곳 약 270m 구간에 규격화된 박스형 거리가게 28곳이 새로 자리잡았고, 안내소 1곳과 쉼터 2곳도 들어섰다.

거리가게 점포에는 전기·수도·하수 시설을 비롯해 개별 계량기도 설치됐다. 점포 전면과 측면에 가게 특성을 반영한 상호가 표기됐으며, 전체 점포 상단에는 LED 전등이 달린 차양막도 설치됐다.

기반시설은 구청에서 추진하되 박스형 점포는 노점 영업주들이 자체적으로 업체를 선정해 제작했다.

이와함께 기존 컵밥거리는 '노점 없는 거리'로 재탄생 중이다. 현재 쉼터 1곳을 설치했으며, 가로수와 띠녹지를 조성 중이다. 향후 노량진 지역의 특성에 맞는 디자인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지역은 노점 이전과 함께 지난 10월17·18일 노량진역 육교가 철거되면서 35년 만에 거리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 노점정책 토론회부터 노량진 지역 발전기금 제공까지

그동안 구는 도로법 위반행위에 대해 민원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철거나 과태료 부과에 치중해왔다.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워 단순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노점정책에 대해 지난해 10월 구 차원에서 처음으로 노점단체 대표와 구청장 등이 함께 ‘노점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 차원에서 최초로 노점상인, 주민, 구청장, 구의원 등이 함께 자리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구는 ‘노점과 지역주민과의 상생’이라는 대원칙 아래 ‘기업형 노점은 불가, 생계형 노점은 상생 도모’라는 노점관리 원칙을 세웠다. 주민·인근 상인·노점주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노점주·인근 상인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3월에는 노점주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 4월에는 인근 학원생과 노점 이용객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했다. 노점 상인들은 5월 자체 투표 등을 거쳐 이전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구에 알려왔다.

이후 지난 7월 '거리가게 특화거리 디자인 용역'을 실시하고, 거리가게 대표, 주민,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거리가게 개선 자율위원회’를 꾸렸다. 또 같은 달에 노점주를 대상으로 '거리가게 디자인 설명회'를 열고, 이어 9월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 동의하지 않는 노점 4곳은 지난 10월16일 철거됐다.

특히 지난 9월11일에는 거리가게 영업주들이 매월 일정금액을 지역발전기금으로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노량진 거리가게 자율위원회가 노량진1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노량진 거리가게 특화거리 발전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 향후 노점실명제 도입, 지난 10월23일 준공식과 함께 영업 시작

향후 구는 노점실명제 도입, 노점관리 조례 제정을 통해 거리가게의 제도권 편입을 도울 예정이다. 이와함께 노량진의 노점정책은 구 전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준공식은 지난달 23일 오후 4시부터 거리가게 특화거리에서 열렸다. 이창우 구청장을 비롯해 지역주민·노점주 등이 참석했고 이날부터 거리가게는 영업을 시작했다.

이 구청장은 “노량진역 육교 철거와 함께 35년 만에 노량진의 변화가 이뤄졌다”며 “이번 노량진 거리가게 정책의 사례가 서울 노점 정책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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