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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친반(親潘)연대’창당준비위원회가 지난 6일 발족했다는 소식이 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이라는 단체가 신당창당 준비를 하면서 마치 ‘고 건 신당’인 것처럼 행세하다가 망신살이 뻗쳤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지금 종편 ‘TV 조선’에서 ‘시사탱크’앵커로 활약하는 장성민 전 의원이 아니었다면, 한미준은 상당기간 ‘고건신당’행세를 하면서 ‘고건 장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장 전 의원은 필자가 한미준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왔고, 그로인해 한미준은 고건 전 총리와 무관한 단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한미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모 씨는 “한미준은 고 건 전 총리 대통령 만들기 모임”이라며 “우리가 창당을 통해 하나의 당이 되면 자연스럽게 고 전 총리가 입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미준이 준비하고 있는 신당이 마치 ‘고건신당’처럼 비쳐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고건 전 총리는 당시 여러 대통령 후보 가운데 박근혜-이명박 후보 등을 모두 제치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고건신당’창당 움직임에 각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당시 한미준과 고건 전 총리와의 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고건신당’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건 신당을 자칭하는 한미준은 앙꼬(고 건)없는 찐빵(정당)에 불과하다”며 ‘정치사기극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일은 또 있었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팬클럽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라는 모임이다.
이른바 '안철수 장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나철수'의 당시 정 모 대표는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하면서 “안철수 원장을 만나 정치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본적인 교감을 이뤘다”면서 “앞으로 나철수가 정치세력화 되면 안 원장의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나철수가 안 철수 원장 과의 교감 속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각 언론은 이번에도 과거 ‘한미준’때처럼 ‘나철수’의 창립대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미준은 고건신당이 아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던 필자는 당시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안철수 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철수 원장 측에서도 ‘나철수는 안 원장과는 무관한 단체’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실제 안철수재단의 강인철 변호사는 “혹시 관련 있는 것으로 오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 하지 않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준’이 고건 전 총리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던 것처럼, ‘나철수’역시 안철수 원장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반기문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예상했던 대로 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는 친반연대에 대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가뜩이나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마당에 이런 집단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과거 고건 전 총리는 ‘한미준’과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다가 필자가 의혹을 제기하자 그 때야 선을 긋고 나섰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결국 그의 대통령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를 교훈 삼아 반 총장이 직접 나서서 ‘친반연대’에 대해 자신과의 관계를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야 문제될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나 도덕성면에서 보자면 ‘정치사기’나 다를 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집단이 등장하는데, 이쯤 되면 정치사기 ‘경계주의보’를 발령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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