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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법한 일이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했다.
성추행과 금품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형량을 모두 채운 서장원 경기도 포천시장이 18일 확정판결 때까지 시장 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50대 여성을 성추행하고 이를 1억8000만원을 주고 무마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형기를 채운 서시장은 지난 13일 출소했고, 며칠 뒤인 16일에는 시장에 복귀했다.
그리고는 이날 '입장표명 및 사과문'을 통해 "지난 1월부터 장기간에 걸쳐 시정 부재를 초래하게 돼 16만 시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시정업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서 시장은 “시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당면한 각종 현안 사업들을 추진하고, 포천시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여러분의 배전의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말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 것인가.
물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서 시장이 업무에 복귀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는 다름 범죄도 아니고 성범죄로 구속된 첫 현직 단체장이다.
이는 이른바 ‘보험설계사 성폭행’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심학봉 전 의원의 사건과 비교할 때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심 의원은 40대 여성 보험설계사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었다. 1심 재판 판결은 고사하고 단순히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개인 윤리 문제'로 제명되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자진사퇴를 선택했던 것이다.
앞서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 주민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것이 저의 부주의와 불찰로 일어난 일이기에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오늘 새누리당을 떠나고자 한다"고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서 시장은 탈당은 고사하고 시장직 업무를 맡겠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만일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미칠 악영향은 불 보듯 빤하다.
특히 경기도 북부권 전역에 새누리당 후보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포천시의회 이형직·류재빈·이원석 의원이 규탄성명서를 통해 "시민 앞에 사과하고 물러나야 하는데 시장직에 복귀해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시민을 무시한 행태"라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포천범시민연대도 지난 13일 “서장원 시장은 재판과정중 시정 공백을 초래해 포천시민이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시장직에서 사퇴하고 시민들이 신뢰했던 만큼 더욱 정중히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서장원 시장 업무복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야당 시의원들의 요구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해 포천시의회 차원의 성명서 발표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좀 더 확인해 봐야하겠지만, 만일 이런 소리가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은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총선은 물론 다음 지방선거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규탄성명서를 반대한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 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러기를 바라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그를 출당 조치하는 등 강력한 징계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 이전에 서 시장이 심학봉 의원처럼 스스로 탈당하고, 시장직을 자진사퇴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그 지역구를 관할하고 있는 김영우 의원이 “시정에 복귀한 이상 그동안의 시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모든 시정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되레 그의 시장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하니, 참 밥맛이 떨어진다.
어쩌면 유권자들도 상당수가 ‘밥맛’이라며 새누리당에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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