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박 연대’에 대한 3인 3색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1-22 1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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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퇴진론’으로 내홍에 내홍을 거듭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갈등이 확산되느냐, 아니면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로 진화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 18일 광주 강연에서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을 내홍 돌파를 위한 회심의 카드로 던졌다.

문 대표는 '문·안·박 공동지도부'에 대표의 권한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4.13 총선에서 대표가 행사할 수 있는 공천권을 1/3씩 서로 나누어 갖자는 뜻이다.

이에 대해 공천권이 절실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매우 적극적이다.

박 시장은 최근 문 대표를 만나 내년 총선 때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공천을 당부했다는 소리가 들릴 만큼 측근 챙기기에 적극적이다.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과 강희용 부대변인도 박 시장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박 시장은 차기대권을 위해 이들의 원내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시장은 현직 단체장으로 선거기구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종석 부시장 등 대리인이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등 공천권 행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치적 걸림돌이 있다. 박 시장이 대리인을 통해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박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소위 문안박 연대에 대해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철저 히 조사하겠다"면서 "총선을 거론하는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은 박원순 시장 본인이 알아야한다"고 경고했다.

조 원내수석은 "더 이상 박 시장이 총선에 개입하면 새누리당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박 시장은 서울시정에 전념하면서 현행법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돕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당의 통합과 혁신을 모색하자는 제안에 공감한 것일 뿐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3인이 공동대표지만 사실상 선거와 관련해선 문재인·안철수 연대로 귀결되고 박 시장은 제한적인 당 업무만 맡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이 ‘공천권 행사’라는 욕심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에도 정치적 실익은 없는 셈이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어떤가.

장고를 거듭 중인 안 전 대표는 24일 수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3두 체제' 성사의 열쇠는 안 전 대표가 쥐고 있는 셈이다.

만일 그가 문·안·박 구상을 수용, '오월동주'의 길을 택하게 되면 4䞙재보선 참패 이후 7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당내 갈등은 봉합될 수도 있다.

하지만 괜히 작은 공천권에 욕심을 부렸다가는 이른바 '안철수표 혁신안'을 관철하지도 못한 채 문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수용한다는 것은 문 대표와 같은 배를 탄 공동 운명체가 되는 것이어서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공동 책임론에 직면하게 된다는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될 경우 문·안·박 구상 발표 이후 안 전 대표의 선택을 지켜보느라 집단적인 행동을 자제해온 비노 진영이 본격적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어쩌면 안 전 대표는 탈당을 결행할지도 모른다. 실제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고 아예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만일 안 전 대표가 결행한다면 최소 20명의 의원은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대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문안박연대를 성사시켜야만 하는 입장이다.

지금 박 시장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만 끌어들이면 된다.

만일 안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문 대표와 손을 잡는다면 비노 진영의 친노를 향한 공세가 무디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끊임없이 시달려온 사퇴 압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총선에서 참패하더라도 䃳인 공동책임론’으로 인해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반대로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선방할 경우, 문안박연대를 성사시킨 자신의 공로가 부각될 것이고, 그로인한 과실은 고스란히 문재인 대표가 홀로 따먹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안박 연대’성사여부가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3인의 정치운명을 결정짓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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