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박연대’vs. ‘혁신전대’vs. ‘대안신당’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1-30 16: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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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혼돈에 빠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절하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이른바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비노 진영은 이 같은 안 의원의 제안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 친노는 문재인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하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이 ‘문안박연대’제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권의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국민정당 추진위원회 천정배위원장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 등 신당파들은 30일 “신당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되레 안철수 의원에게 신당합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면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 진영의 ‘문안박연대’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노 진영의 ‘혁신전대’, 그리고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신당파들이 주장하는 ‘대안정당 창당’가운데 어느 쪽에 더 힘이 실리고 있을까?

사실 ‘도토리 키 재기’다.

만일 어느 한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면 이런 갈등은 벌써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내부 분위기는 물론 여론조사 결과마저 정확한 민심을 가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비노 진영의 주승용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 전당대회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안 전 대표의 생각에 공감한다”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의 고언은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며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친노 핵심 홍영표 의원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지도부를 통해서 당이 하나로 되고 혁신의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문안박 체제'밖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범친노 좌장격인 정세균 의원까지 힘을 보태는 양상이다. 홍 의원 등 48명은 ‘문안박연대’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야권의 혼돈은 이들의 당내 갈등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당 밖에는 신당파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은 “신당 창당을 통한 주도세력교체 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고 확신”이라며 “우리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개혁을 염원하는 이들이 신당 창당에 합류하여 '개혁정치'의 초심을 실현하는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의원도 “안 의원은 가망 없는 주장을 하지 말고 난파선을 떠나 새로운 배 건조에 참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즉 새정치연합은 희망이 없으니, 신당창당에 안 의원이 합류해야 하다는 뜻이다.

친노, 비노, 신당파들이 이처럼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친노 입장을 보자. 그들은 문재인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국가과제 실현 적합도’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3.6%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문재인 대표가 22.0%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5.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p다.

즉 반 총장과 문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내로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권 경쟁력이 있는 문 대표가 당을 이끄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게 친노 측의 입장이다.

반면 비노 측은 당 지지율을 걱정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11월 4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은 1주일 전 대비 0.4%p 오른 42.7%를 기록, 3주 연속 상승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지난주 대비 0.5%p 하락한 26.3%였고, 정의당은 2.1%p 상승한 7.4%였다. 무당층은 1.7%p 감소한 20.5%였다.

이 조사는 지난 23일부터 27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8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1%(전화면접 17.3%, 자동응답 4.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9%p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나 무려 16.4% 포인트나 크게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참패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신당파들은 문대표의 대권 경쟁력은 물론 새정치연합도 희망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대안정당 창당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각자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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