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제2 열린당’꿈꾸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2-04 19: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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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목련이 지면 장미가 핀다. 장미가 필 무렵의 목련을 보았는가. 그 화려하던 모습은 간데없이 너무나 초라하고 추(醜)하다. 차라리 그 꽃잎을 조금 일찍 떨구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모습이 장미 꽃 필 무렵의 목련을 닮았다.

2.8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 대표직을 거머쥘 때만 해도 문 대표는 화려한 목련이었다. 하지만 그가 당 대표직에 선출된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완패했다.

그로인해 당내 일각에선 ‘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하며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추해 마치 장미 꽃 필 무렵의 목련을 닮았다는 말이다.

사실 문 대표가 ‘화려한 목련’이든, ‘초라한 목련’이든 별로 관심이 없다.

그동안 국민은 야당에게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엇나간 행위로 국민을 실망시킨 적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 문 대표가 그렇다. 따라서 문 대표가 나무에서 떨어져 길가에 뒹구는 초라한 목련이 된들 무슨 관심이 가겠는가.

하지만 60년의 야당역사를 품어 안은 새정치연합은 다르다. 제1 야당마저 길가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야당이 어느 정도 힘을 갖출 때 집권당의 독주와 독선을 견제하고, 나라가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와 함께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표가 4일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앞서 지난 2일 최고위에서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의 건을 의결한 바 있으며, 이날 오전 비공개 사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를 인재영입위원장로 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게 문제다.

대체 이게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

'인재영입위원회'는 4.13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공천물갈이를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그 위원장은 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물론 전략지역 후보, 또는 현역평가 하위 20%에 해당되는 지역구 후보 선정에 있어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내년 4.13 총선 이후 새정치연합의 균형추가 친노 쪽으로 급격한 쏠림현상을 보일 것이란 관측은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새정치연합의 모습은 과거 어디에선가 많이 봐왔던 정당의 모습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의 현재 모습은 과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쪼개지던 때와 너무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나간 쪽은 친노 열린우리당이고 남은 쪽이 비노 민주당인 반면, 지금은 밀려나갈 운명에 처한 쪽이 비노이고, 당에 남아 있을 쪽이 친노라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주도적으로 당을 쪼갠 쪽이 ‘친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면 그 결과는 어땠나.

잔류 민주당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정당으로 몰락했다. 열린우리당도 그보다 시기만 조금 늦춰 졌을 뿐, 대선을 앞두고 몰락의 길에 접어들고 말았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인터넷에서 대단한 불꽃을 피운 정당이었다. 그런데 대선당시 인터넷에서도 불꽃이 꺼지고 말았다. 정당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이고 당내 예비대권 주자들의 지지율도 한자릿수에 그친 탓에 당원 게시판도 시들해진 것이다.

물론 유력 대권주자들의 미니 홈피 방문자도 뜸했다. 가장 열기가 치열한 시점에도 어느 날 하루 통계를 보니 김근태 미니홈피에는 30여명, 정동영 미니홈피는 40여명, 유시민의 경우는 20여명, 김두관은 80여명 정도가 방문했을 뿐이었다.

지금 <시민일보> 홈피 하루 방문자가 10만여명에 페이지뷰가 30만뷰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그런 전절을 밟게 될까봐 걱정이다.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하고,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은 것을 보면 새정치연합을 친노당, 즉 ‘제 2열린우리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뚜렷한 것 같다.

이에 따라 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쪼개졌던 것처럼 친노정당과 비노정당으로 나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렇게 해서 4.13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몰라도 패배한다면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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