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에 손학규가 뜨는 이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2-18 16: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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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각 언론에 ‘손학규’라는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광야(廣野)로 나간 안(安)…김한길·박지원·박영선·손학규에 달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비슷한 시기에 ‘안철수 신당 파괴력, 손학규·박지원·김한길 선택에 달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 <시민일보>는 ‘야(野), 손학규-안철수-신당파 연대론 급부상’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서울경제신문>은 18일 ‘손학규, 안철수 신당 합류 제안에 거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각각 보도했다.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의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고 있는 문병호 의원이 “손학규 전 상임고문, 정동영 전 의원과도 당연히 연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신당 구상은 탈당한 분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전체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 각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정작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결행한 것은 안철수 의원인데 왜 전라남도 강진에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뜨는 것일까?

아마도 ‘양초의 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양초의 난’이란 대체 무엇인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요즘 상황을 빗대 농담처럼 하는 말 가운데 하나로, 두 초선(初選) 의원이 벌이는 난(亂)으로 당 전체가 상처를 입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두 명의 초선의원이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최근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다. 실제 문 대표나 안 의원은 비록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단 초선 의원이지만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대선주자로서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고, 꼭 초선의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행보가 결국 야권을 분당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해서 '양초의 난'이라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문 대표나 안 의원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안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철수(撤收)’정치를 해온 탓에 신뢰를 상실한지 오래다.

느닷없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는가하면 독자신당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슬그머니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해 버리는 등 정치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런데도 ‘탈당’을 선언하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차기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표보다 안 의원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한국갤럽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 <돌직구뉴스>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새정치연합보다 도 높게 나온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안 의원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실망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문재인 책임”이라는 의견이 “안철수 책임”이라는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

결과적으로 ‘잦은 철수정치’를 한 안철수 의원도 믿을게 못되지만 문재인 대표는 그보다 더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험 없는 초선의원들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가 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판단한 야권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은 지금 이런 난국을 타개할 유능한 정치력의 소유자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손 전 고문은 여전히 정계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이다.

야당의 분당 사태에 따른 ‘손학규 대안론’이 제시되던 때에 이미 손 전 고문은 겨울용 땔감을 준비해놓고 ‘겨우살이’채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들이 실무진 차원에서 손 전 고문에게 합류를 제안했었지만 부정적 답변을 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손 전 고문이 2016년 총선 전까지는 정치적 활동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초선 의원들인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야권을 이끌고 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더 이상 ‘양초의 난’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지 않아야 할 텐데, 두 사람에게 과연 그런 진정성 있는 정치력이나 경륜을 기대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강진에서 은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고문의 경륜과 진정성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추운 겨울, 눈 내리는 어느 날 그와 함께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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