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몰락’과 손학규의 ‘부상’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1-11 16: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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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당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에게 큰 빚을 졌지만, 그를 지원하기는커녕 되레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아마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신의 측근들을 원내에 진출시켜 그곳에서 지지기반을 다지는 게 차기대권가도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실제 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이른바 ‘문안박 연대’를 제의할 때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문 대표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 박 시장을 등에 업고 측근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을에는 권오중 전 박원순 비서실장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신계륜 의원의 지역구인 성북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또 박 시장의 일정을 짜왔던 천준호 전 정무보좌관은 동대문구와 도봉구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민병덕 변호사는 경기 안양 동안 갑에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박시장의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이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은평구에서는 임종석 전 정무부시장이 새누리당 중견인 이재오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대권주자로서의 박시장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 때 야권에서 문재인 대표를 누르고 선두를 달렸던 박 시장의 지지율은 어느새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말았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1월 1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8.3%), 무소속 안철수 의원(18.1%),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18.0%)의 차기 지지율은 모두 18%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1주일 전 대비 1.8% P 하락한 7.5%로 한 자릿수에 그쳤고, 그 뒤를 이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6.1%)과의 격차도 1.4%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해진 것이다.

자신의 측근들이 잇따라 출마채비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 대표와 엇비슷한 위치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도 왜 정작 대권주자로서의 자신의 지지율은 이처럼 빠지고 있는 것일까?

혹시 박 시장이 일반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안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청산 대상으로 ‘낡은 진보’를 지목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와 486 운동권 출신들을 겨냥한 말이다.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다른 탈당 의원 역시 이구동성으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박 시장은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마디로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마도 거기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천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욕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비춰질리 만무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그런 민심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민심을 따르지 않고 측근 심기에 혈안이 된 박원순 시장의 추한 모습이 몰락을 자초한 셈이다.

반면 전남 강진 토담집에서 ‘청산별곡‘을 부르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위상은 날로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를 모시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손 전 대표를 단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국민의당 일각에선 아예 그를 당대표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저녁 문 대표 주재로 개최한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당 내홍을 해결하기 위해 손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요청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것도 확실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공동 선대위원장이 아닌 단일 선대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당 일각에선 2월 중앙당 창당시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를 맡는 대신 손 전 대표를 신당 대표로 영입해야 ‘제1야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자신의 대권욕을 위해 아등바등 대는 모습을 보이는 박 시장은 몰락하는 반면, 정치와 거리를 둔 손 전 대표는 오히려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게 정치의 묘미이자 심오한 민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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