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더불어민주당의 탈당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좌장이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하는 호남의 상징적 인물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식선언했다.
같은 날 인천 출신의 손학규계 최원식 의원도 탈당대열에 합류했으며, 전날에는 전북의 젊은 정치인 김관영 의원이 탈당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이미 10여명이 더민주를 떠났고, 13일에는 주승용 의원이 탈당을 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이들 외에도 탈당여부를 고민하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평당원들까지 탈당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실제 더민주 전국당원협의회 임홍채 회장 등 당원들이 이날 집단탈당 및 협의회 해산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대체 이들은 왜 총선을 불과 90여일 남겨둔 시점에 ‘제1야당’이라는 화려한 간판을 헌신짝처럼 내다버리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 오늘 탈당을 선언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공통적인 내용이 이었다.
60년 가까운 정치 인생에서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스스로 떠난다는 권고문은 “당 지도부의 폐쇄적인 당 운영과 배타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어 왔다“며 ”너그러운 포용과 화합을 이루지 못한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식 의원 역시 “민주주의의 토대인 관용을 허용하지 않는 패권정치에는 굴복할 수 없었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폐쇄적 제한적 배타적 진보가 아니라 더 깊고 더 넓은 포용적 확장적 개방적 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더민주의 페쇄성, 배타성을 지적하면서 그런 정당의 모습으로는 결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친노 세력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부터 친노의 배타적인 ‘편 가르기’가 시작됐다. 그런 모습은 문재인 대표 체제 이전인 ‘문희상 비대위 체제’, 그러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을 사용하던 시절에도 있었다.
당시 당내 김동철 유성엽 의원 등 중도파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이 지난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만나 "당내 중도세력에 3가지 큰 줄기가 있다"며 중도파를 대변하는 비대위원 임명을 요청했었다. 이들이 거론한 3대 중도세력은 민집모와 안철수계, 손학규계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이 같은 요구를 일축하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더민주 탈당사태의 원인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문희상 위원장과 중도파 사이에 불거진 의견대립은 모바일 투표 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모바일 투표가 부활한다면 '네트워크 정당론'을 설파하는 문재인 측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노골적으로 그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친노 세력의 모습에 질린 조경태 의원은 당시 “친노 강경파들을 당에서 내쫓지 않고서는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 때에 필자는 “‘모바일투표’와 ‘네트워크정당’으로 당권을 장악하려는 친노 가족과 ‘이제 새정치연합은 생명을 다했다’고 보는 중도 가족이 어울리지 않게 한 살림을 꾸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각기 마이웨이를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새정치연합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이혼숙려기간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었다.
물론 두 세력이 갈라질 것이란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문재인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고, 친노 세력의 배타적인 모습은 더욱 강화됐다. 그를 견디지 못한 안철수 의원은 탈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탈당행렬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정치가 국민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친노의 배타적인 모습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국민마저 편 가르기로 나타났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야권분열은 친노의 배타성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