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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탈당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어쩌면 내일도 누군가 탈당대열에 합류할 의원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13일 현재 더민주를 탈당한 현역의원 수는 천정배. 박주선 의원까지 포함 총 16명에 이른다. 앞으로 4명만 더 탈당하면 국회 원내 교섭단체(20석) 구성이 가능해 지는 결코 적지 않은 수가 ‘제1야당’인 더민주를 떠난 것이다.
실제 전날 수도권 지역 최원식 의원 탈당에 이어 이날 오전에는 호남 지역구의 주승용·장병완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개 선언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호남지역에선 박지원.김영록·이윤석 박혜자 의원 등이 조만간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도 노웅래 의원 등 김한길계 인사들의 일부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 왜 이토록 많은 수의 현역 의원들이 ‘제1야당’이라는 화려한(?) 간판을 내팽개치고, 허허벌판 시베리아로 나서는 것일까?
그것도 4.13 총선을 불과 3개월가량 남겨둔 아주 중요한 시점에 ‘기호 2번’을 포기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탈당의원들의 기자회견문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탈당한 주승용 의원은 䄙년 내내 당의 혁신과 통합을 가로막는 계파 패권정치와 맞서 싸우며, 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당을 떠난다는 것이다.
60년 가까운 정치 인생에서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스스로 떠난다는 권노갑 상임고문의 전날 탈당의 변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는 전날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의 폐쇄적인 당 운영과 배타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어 왔다“며 ”너그러운 포용과 화합을 이루지 못한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 역시 친노의 패권주의, 즉 폐쇄적인 당 운영과 배타성을 탈당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을 대신할 신당은 패권주의에 사로잡히거나 폐쇄적,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즉 ‘나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에 빠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가능한 끌어안을 수 있는 모두를 끌어안는 넓은 품을 가져야 한다.
좌우 양극단 세력을 배제한 국민 모두를 포용할 때에 신당은 미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 그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좀 심하게 말하면 자기의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데 급급한 사람들을 줄 세우기하거나 이합집산해서 당을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 저는 많이 걱정하고 경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탈당을 결행한 사람들을 ‘자기의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데 급급한 사람들’로 폄훼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 신당파들이 모여 통합하기로 합의했지만 천 의원은 그들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번 총선에선 더민주와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에서는 경쟁하되 비호남에서는 협력 또는 연대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을 비판하고, 통합 신당파들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정작 더민주와는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뭔가 어색하다.
하지만 사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천정배 의원과 친노, 즉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배타적’이라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연대할 정당이라면 왜 그 당을 떠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아니겠는가.
물론 필자 역시 신당파들 모두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를테면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태의 박지원 의원과 손을 잡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탈당파들은 모두 끌어안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친노의 배타적인 모습에 염증을 느껴 탈당을 결행했는데, 신당마저 배타적이라면 그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탈당파들의 선택을 폄훼하거나 통합 신당파들을 무시하는 태도의 천 의원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석의 아쉬움 때문에 그와 손을 잡았다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리게 한다’는 속담을 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우리만 옳다’며 제1야당을 깨는 데 앞장 선 이가 바로 ‘탈레반’이라는 별명을 지닌 천 의원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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