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요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대하는 천정배 의원의 발언이 예전 같지 않다.
더민주를 ‘쓰러뜨려야할 정당’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던 천 의원이 지금은 더민주를 ‘연대의 대상’이라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천 의원은 작년 12월 13일 자신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회의’발기인 대회 때만 해도 문재인 대표가 있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을 사실상 ‘새누리당 2중대’, ‘제2의 민한당’, ‘가짜 야당’으로 규정하면서 총공세를 퍼부었었다.
당시 그는 “지금 야당은 자기 한 몸 잘 먹고 살겠다는 자영업자 이며 폭력적 지배를 방조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는 공범이자 동업자”라며 “오늘은 그 야당이 망해 죽은 사망선고일인 반면 새 당이 태어나는 생일”이라고 말했었다.
심지어 천 의원은 1985년 2.12 선거를 거론하면서 “그때는 2중대 민한당을 쓰러뜨리고 새로운 야당을 세웠던 총선이었다”며 “가짜 야당을 먼저 쓰러뜨려야 독재가 무너진다는 걸 그 총선이 잘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더민주는 ‘집권당 2중대’인 ‘가짜야당’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천 의원은 그보다 앞서 작년 9월 20일에는 문재인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대해 “'너나 잘해라' 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비아냥거렸는가 하면, 제1야당에 대해선 "미래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엔 더민주를 겨냥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이고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는 야당으로 전락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 19일의 발언은 뉘앙스가 사뭇 달랐다.
실제 천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두 다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 입장에서는 강력한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이라는 경쟁자가 밖에 있다”며 “현재의 선거구도, 승자가 1명 만 나오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야권의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소선거구제는 이번 20대 총선에서만 갑자기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가 제1야당을 탈당할 때도 소선거구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선거구제 때문에 야권이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사 1대1구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새누리당 2중대’, ‘제2의 민한당’, ‘가짜 야당’,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으로 규정한 당과 야권연대를 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천 의원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천 의원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표는 이날 신년기자회견을 마친 후 20대 총선 야권연대를 묻는 질문에 “천정배 의원 측과는 통합을 정의당과는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선거 연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즉 천 의원 측과는 이미 물밑에서 통합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천정배 의원이 더민주 호남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란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천 의원의 급작스러운 입장변화가 ‘호남선대위원장’이라는 문 대표의 달콤한 사탕발림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물론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에서 그가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꼭 호남선대위원장은 아니더라도 통합한다면 다른 중책을 맡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게 문재인 대표 이후의 당 대표에 해당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일 수도 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이날 천 의원에게 통합논의를 공식 제안했고, 천 의원은 "쉬운 답은 아니지만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우리가 천 의원의 과거를 깜빡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천 의원이 누구인가. 그는 친노 정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3인방 가운 데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에겐 ‘탈레반’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친노 패권주의’를 문제 삼고 있는데, 바로 그런 친노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깃발을 올린 사람이 천 의원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천 의원의 본질은 ‘친노’이고, 따라서 그는 문재인 대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는 것인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