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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3당인 국민의당이 창당됐다.
그동안 양당구도의 고질적 병폐를 정치현장에서 목도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당 창당을 환영한다.
사실 극단적인 갈등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3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동안 정치권 내부에서는 물론 학계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내교섭단체 규모의 제3당 탄생은 쉽지 않다.
영.호남 지역주의와 보.혁 이념대결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권당과 제1야당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를 독과점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만큼은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허수아비’라도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굳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생각 때문에 오직 공천권자의 눈치만 살핀다.
어디 그 뿐인가.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선거 때만 되면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인 이념대결을 조장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일이나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보다 손쉽게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양당체제의 고질적 병폐다. 이런 체제에서 정치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기득권을 틀어쥐고 놓지 않으려 한다.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기득권 때문에 양당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그동안 줄곧 “기존의 양당 구도 대신 국민의 선택을 넓힐 수 있고 또 경쟁과 동시에 협력이 가능한 다당제 정치구조로 바꿔야 된다”고 강조해 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 최고위원은 4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서도 “선순환적인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두 정당이 지역대립을 바탕으로 해서 갖는 독과점 구조를 깨야 한다”며 “경제에서도 독과점이 문제가 되듯이 정치에서도 독과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당제가 될 경우 본선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국회의원들이 당 대표나 권력자들의 눈치를 안 보고 소신껏 정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회에서 국민의당 창당효과, 즉 제 3당체제로 변화 됐을 때 국민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가는지, 그 효과를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국민의당이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에 참석, 이른바 ‘원샷법’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 표결키로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의당이 이 같은 결정은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것마저 백지화 시키는 등 사사건건 발목잡기를 해왔던 더민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국 국회 본회의 불참을 시사했던 더민주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처리에 참여키로 했다.
비록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로서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는 20대 총선 이후 국민의당이 교섭단체가 됐을 때 국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미리 보여주는 긍정적 지표이자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당이 무조건 야당 편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문제라면 때에 따라 여당 편에 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닐 게다. 다만 지금 국회가 더민주의 비타협 투쟁노선으로 마비된 상태인 만큼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더민주와 정의당은 이런 국민의당을 향해 “여당인지 야당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국민의 편인 ‘제3당’도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더민주와 정의당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흑백논리,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는 영호남 갈등을 부추기는 지역주의에서 탈피한 ‘제3당’, 진보와 보수의 극단적 이념대립에서 벗어난 ‘중도 민생정당’이 탄생할 때가 무르익은 것 같다.
어쩌면 이번 20대 총선이 실시되는 4월 13일은 견고했던 양당제가 붕괴되고,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다당제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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