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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적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차기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오는 25일 치러질 제16대 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이번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허 전 청장은 지난해 2월 회장 보궐선거를 통해 15대 회장으로 당선돼 1년간 회장 직을 맡아 왔다.
허 전 청장의 재임 이전까지만 해도 자유총연맹은 선거관리규칙을 통해 중앙회장 역임자의 후보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중앙회장 연임에 따른 폐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허준영 전 청장은 자신의 회장재임 기간 중인 지난 해 12월 이런 선거 관리 규칙을 개정해 버리고 말았다. 중앙회장 역임자도 다시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자신의 연임 도전에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는 규정을 제거한 셈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는 선거 관리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에 맡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실제 허준영 전 청장은 정관 규정을 무시하고 선거관리를 책임질 중앙회장 직무대행에 측근인 김모 부회장을 임명했다가 감독관청인 행자부로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자유총연맹은 현직 회장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회장 직을 사임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 따르면 직무대행은 부회장 중 선임자, 연장자 순으로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허 전 청장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측근을 직무대행에 임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지난 12일 한국자유총연맹에 선거 관련 규정 준수 및 공정선거 관리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결국 지난 14일 허 전 청장이 임명한 직무대행과 선관위원들은 해촉 됐으며, 회장직무대행도 규정대로 선임자인 이모 부회장이 새롭게 임명됐다.
결과적으로 허 전 청장의 과욕이 자유총연맹에 깊은 상처를 남긴 셈이다.
자유총연맹이 어떤 단체인가.
지난 19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 한국지부에서 출발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 국가안보 수호에 앞장서는 대표적 우익 이념운동 단체다. 대의원들과 회원들은 그런 단체 소속이라는 점에 상당한 자긍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욕심으로 무수히 많은 대의원들이 국민들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실 허 전 청장은 지금 자숙해할 시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사업비 계획 규모가 30조원에 달했던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 달 21일, 코레일 서울본부를 찾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한 회의록과 계약문건 등을 확보했다.
용산 개발 사업은 옛 코레일 철도 정비창 부지에 국제 업무와 첨단정보 산업 단지를 세운다는 목표로 지난 2007년 코레일 주도로 시작된 사업으로 당시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렸지만, 경기침체로 6년만에 사업이 무산돼 막대한 손실이 뒤따랐었다.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사람은 바로 그 때 코레일 사장으로 재임했던 허준영 전 청장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그는 지난 해 말 검찰에 고발당했다.
박모씨 등 2명이 용산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허준영 전 청장 등 당시 코레일 집행부를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고발인들은 그가 코레일 사장으로서 개발사업에 참여한 특정 민간기업에 특혜를 제공해, 코레일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혐의가 입증 된 것은 아니다. 검찰은 현재 개발사업 초기 각종 계약이 이뤄질 당시의 자료부터 분석하는 중이고, 자료 분석을 마친 뒤 사업 당시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하니 ‘혐의입증’이나 ‘무혐의’라는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자유총연맹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자숙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출마하더라도 규정을 준수해가면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선거 이후에도 자유총연맹이 큰 후유증 없이 대표적인 안보단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이런 규정 준수요구는 허준영 전 청장의 경쟁자인 김경재 전 대통령 특보에게도 해당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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