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추락’은 자업자득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2-19 14: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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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차기대선 지지율도 덩달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18일 전북 순창으로 내려갔다.

정동영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전북 순창군 복흥면 복흥산방을 찾은 것이다.

안 대표와 정 전 의원은 그날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비공개 대화를 나눈 뒤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 사실과 함께 개성공단 부활, 한반도 평화, 양당 기득권 담합체제 타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실 ‘한반도의 평화’는 국민 모두가 찬성하는 것이고, ‘양당 기득권 타파’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개성공단 부활’이 합의문에 포함된 것은 민심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으로 상당히 문제가 있다.

실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대해 국민의 과반 이상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6명을 상대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은 2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결과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에 대해 55%가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반면 '잘못한 일'이라고 답변은 33%에 불과했다. 긍정 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무려 22%p 높은 것이다. 무당 층에서도 '잘한 일' 43%, '잘못한 일' 35%로 긍정 평가가 높게 나왔다.

그런데 전 전 의원은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제가 국민의당에 참여한다는 것은 개성공단 부활의 선봉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제 합의문 첫 항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와 개성공단 부활을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는 것으로 개성공단 부활에 대한 의지를 국민의당이 보여주지 않는다면 합의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자신은 ‘개성공단 부활’을 위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국민의당이 정전 의원 영입을 반대 해 왔다. 그를 영입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에 문제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국민의당은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반면 정 전 의원은 줄곧 ‘진보’의 길을 걸어온 정치인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진보정치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공개선언하기도 했다.

앞서 필자는 국민의당을 향해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천 의원 역시 진보정치를 지향해 왔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그를 영입하면서 ‘공동대표’라는 큼직한 감투까지 씌워주고 말았다. 그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당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 의원이 입당한 당일 국민의당 지지율이 2%포인트나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동영 전 의원을 입당시킨 것이다.

그것도 개성공단 부활을 목적으로 입당시켰다고 한다. 과연 이런 정당을 ‘중도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그런 의문이 국민의당 지지율을 더욱 끌어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지 못하면 안철수 대표에게는 위기가 닥칠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게 큰 차이로 밀릴 경우 안 대표는 정계은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스스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복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니 딱하기 그지없다.

‘천신정’이란 게 무엇인가.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강경파 3인방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동영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로 천정배·정동영 두 사람이 한 배를 타게 됐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신기남 의원 한 사람뿐이다. 그런데 신 의원은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더민주에서 공천을 못 받게 되자 결국 탈당했다.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즉 ‘천신정’의 재결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설사 ‘천신정’가운데 ‘신’이 끝내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국민은 ‘천정’이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당 정체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 면에서 안철수 대표가 스스로 몰락을 초래한 셈이다.

그나저나 국민의당이 중도정당인지 진보정당인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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