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윤상현의 사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3-10 12: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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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완장’찬 윤상현 의원이 결국 사고를 쳤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솎아내서 공천 떨어뜨리라”는 식의 막말을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무리 취중이고 ‘살생부’파문으로 화가 났더라도 그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현 집권당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려”라는 막말을 퍼부을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대체 그는 무엇을 믿고 그렇게 안하무인(眼下無人) 식의 행동을 한 것일까?

말일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믿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면, 그것은 안 될 말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동안 보인 윤 의원의 태도를 보면 아무래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02년 보궐선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우리 윤 박사, 내가 힘이 없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라면서 점심을 산 게 인연이 됐고, 이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 대통령과의 의를 내세워 이명박 캠프의 합류 제안을 뿌리친 게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계기가 됐다.

그가 대통령을 믿고 ‘호가호위’할 정도로 막역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엄청난 사고를 친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의 심기만 살필 뿐 국민의 심기는 안중에도 없는 친박계의 오만함이 만든 완장정치”라고 촌평했다.

그의 실수가 친박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이고, 모두가 공천에 민감할 때다.

그간 여권에선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물밑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공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공천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친박 실세 의원이 지난달 초 서울 강남에서 서울지역 ‘진박’출마자들과 함께 한 전진대회 성격의 식사 회동에서 “향후 국정운영에 절대 참여시켜선 안 될 (낙천 대상) 사람, 함께 할 (공천 대상) 사람을 이미 다 선별해 놨다”고 말했다는 설이 당내에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었다.

어디 그 뿐인가, 그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과 그의 측근인 이종훈 의원을 언급하며 “반드시 죽인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말이 오갔다는 확증은 없다.

이렇게 미확인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윤 의원의 막말은 소신공천을 하려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위원장이 그런 일 하나로 자신의 소신을 접을 만큼 소심한 인사는 아니다. 더구나 20대 총선불출마까지 선언한 마당에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당론과 배치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면서도 뻔뻔하게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려는 파렴치한 인사들을 탈락시키고, 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참신한 정치신인들을 공천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윤 의원의 발언파문이 인 위원장의 ‘소신공천’에 장애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그의 행위가 박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해악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윤 의원의 막말 녹취록 파문으로 상승세를 멈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2주차 주중집계(7~9일)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3월 1주차 주간집계 대비 0.2%포인트 내린 46.5%(매우 잘함 19.3%, 잘하는 편 27.2%)를 기록했다. 물론 부정평가는 그보다 하락 폭이 조금 더 컸다.

하지만 최근 3주간 상승세를 보이다가 그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이 확산되기 전인 8일에는 긍정평가(47.7%)가 부정평가(46.4%)보다 오차범위(۬±2.5%p)내에서나마 높았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이번 윤상현 의원의 막말파문을 계기로 친박계 의원들이 좀 더 진중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박 대통령에게 힘이 되고 탄력 있는 국정운영을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아니겠는가. 윤 의원은 이제 ‘완장’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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