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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20대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둔 13일에도 야권연대 문제를 둘러싼 극심한 내홍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연대 불가’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 같다.
현재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통합이나 연대는 없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음에도 천정배 공동대표는 ‘당무거부’로, 김한길 의원은 ‘선대위원장직 사퇴’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중이다.
출범한지 불과 한 달 만에 ‘트로이카 체제’가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도부 간 신뢰는 금이 간지 오래다.
그동안 김한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최재천 의원을 ‘메신저’로 내세워 더민주와 물밑에서 야권연대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4일 "(더민주와 야권연대에 대해) 무슨 논의가 있었다고 기사가 났다는데,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일축했었다.
그런데 지난 11일 천정배 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야권통합 밀사'로 불리는 최재천 의원을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알려지고 만 것이다.
결국 안철수 대표의 한 측근이 "결국 겉으로는 논의하는 척 하며 뒤에서는 작당을 한 것이 아니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에 따라 안 대표의 연대 불가 방침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실제 안철수 대표는 12일 전주를 방문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제(11일) 김한길 의원을 만나 야권 연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을 재확인했다”며 독자행보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정의당과의 약속된 연대도 파기했다”고 덧붙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실 더민주 인천시당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지난 3일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양당 시당은 지난 10일 야권연대 지역과 방식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해 냈다. 그리고 양당이 공동으로 19일까지 범야권단일후보를 확정해 24일 후보 등록을 마치기로 했다.
그런데 더민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천지역에 단수 및 전략공천, 경선지역 등 공천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현재 더민주는 인천 지역 13곳 가운데 9 곳에 대해 단수후보와 경선 후보 등을 선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의당도 이날 인천 지역 후보 7명의 명단을 발표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더민주와 정의당 간의 야권연대가 물 건너 간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연대를 이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런데 왜 천정배 대표와 김한길 의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것일까?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같다.
우선 천정배 대표의 경우를 보자.
더민주는 여성이자 정치 신인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전무를 '천정배 저격수'로 전략공천 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양 전 상무의 전략공천 배경에 대해 "우리 당의 총선 승리와 호남 민심에 부합하는 최적의 후보"라며 "각종 여론조사 결과, 양 전 상무는 광주 시민들의 '민심 공천'이 반영된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설명했다.
야권연대를 하지 않으면 천 대표가 정치 신인인 양 전 전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김한길 의원의 경우는 더욱 딱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는 새누리당 후보는 물론 더민주 후보에게도 밀려 3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연대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고, 더민주는 그에 화답하느라 그의 지역구에 아직까지 자리를 비워두는 아량(?)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 대표와 김 의원의 ‘몽니’에도 불구하고 끝내 야권연대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기왕 이런 판단이 섰다면, 국민의당은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
‘제3당’이라는 새정치 실험에 나선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양당 기득권 혁파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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