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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의 야권연대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 등 양당 대표가 모두 ‘야권연대’를 반대하는데다가 양당이 모두 공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김한길 의원은 어째서 ‘야권연대’주장을 굽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되지도 않을 주장을 왜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그 자리에 있던 한 참석자는 ‘바보가 아닌 이상 김 의원도 현실적으로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왜 그랬느냐’고 필자에게 물었다.
“그 사람의 속을 제가 어찌 알겠느냐. 그러나 그게 정치다.”
이게 필자의 답변이었다. 그 답변이 재미있었던지 그 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지인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불출마 선언을 위한 ‘명분 쌓기’다. 우리 신문<시민일보>이 최근에 여론조사를 했는데 3자 가상대결, 그러니까 새누리당 후보, 더민주 후보, 국민의당 김 의원을 놓고 여론조사 했더니 3등이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에서 꼭 그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3등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졌을 것이다. 만일 출마했다가 3등하면 그것으로 김 의원의 정치인생은 끝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출마하지 않으려는 명분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지인이 ‘국회의원들은 금배지를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덤비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그 금배지를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배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금배지를 달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이다. 우선 지금 자신의 지역구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런데 ‘야권연대를 추진했는데, 결국 이루지 못했다. 그 책임을 지고 내가 지역구에서 먼저 야권연대를 위해 불출마하는 모범을 보이겠다’고 선언하면 그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멋지게 볼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나중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보궐선거를 위한 꼼수일 것이다.”
필자의 이런 설명에 지인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도 그렇게 예상했다는 눈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내심 그런 일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 ‘꼼수정치’가 정치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제1야당의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인데 어쩌면 죽더라도 당당하게 죽는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김한길 의원이 17일 야권 연대 무산 책임을 진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발표문을 내고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아내고 동시에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필자의 예상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그의 불출마 명분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완전히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아직 일치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여부다.
언제 있을지는 모르지만 만일 그가 앞으로 실시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오늘의 불출마 선언은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꼼수정치’라는 필자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오직 야권연대와 야권통합이라는 대의명분에 따라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그의 진정성이 의심 받는 것이라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붙여준 그의 별명이 ‘정당 브레이커’다. 통합이니 연대니 하는 그의 주장과는 너무나 걸맞지 않는 별명이다.
실제 그는 6개월만에 탈당 2번을 포함, 4번의 당적 변경(열린우리당 → 중도개혁통합신당 → 중도통합민주당 →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진기록을 세워 여론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럼에도 필자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김 의원에게 ‘진정성을 의심해 미안하다’고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일이 있더라도 꼭 재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정치에 냉소적인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에 희망을 갖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꼼수 정치’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될지, 아니면 야권통합을 위한 ‘희생 정치’로 역사에 기록될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앞으로 김 의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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