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새”라고 떠들지 마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3-20 12: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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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정치인들의 뇌구조가 어떤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 일반의 상식에 반(反)하는 일을 하고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경이로울 정도다. 우리 보통 사람들하고는 뇌구조부터가 다른 것 같다.”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지켜보는 어느 지인의 한탄이다.

실제로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과 발언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부끄러워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지만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들 수 있는 독특한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진영 의원이 2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더민주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구에 전략공천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을 버리고 더민주를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공천을 주는 당이냐 아니냐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 조용히 당을 옮기면 된다.

그런데 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입당을 공식화하는 등 요란한 입당절차를 밟았다.

어디 그뿐인가. 진 의원은 "특정인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 아닌 참된 정당정치 소중하다"며 "권위주의에 맞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사실상 박 대통령을 겨냥해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민주·민생·통합 정치에 마지막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참 가관이다. 새누리당이 그런 정당이라면 왜 처음부터 탈당해서 더민주에 입당하지 않고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니까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

진영 의원만 그런 게 아니다.

공천배제 반발로 더민주를 탈당한 4선 중진의 신기남(서울 강서갑) 의원은 지난 18일 원외에 있는 민주당 입당을 공식선언했다.

그러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실제 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를 향해선 "김종인 대표를 필두로 외래세력이 진입한 이후 신패권주의 태풍을 만나 급격히 사당화, 보수화 되면서 망가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에 대해선 "지도부부터 하부조직까지 지리멸렬한 난맥상을 보이며 지역주의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자신이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 등 이른바 ‘천신정’의 옛 동지들과 만나겠다고 밝혔다가 그들로부터 보기 좋게 ‘퇴자’받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건가?

지난 2월 중순, 신기남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하자 창당 2주 차를 맞은 국민의당은 고민에 빠졌었다. 신 의원은 아들이 졸업시험에 떨어지자 로스쿨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컷오프 됐다. 신 의원은 더민주의 징계에 “억울하다”고 항변했고 국민의당 일부 인사들이 그를 받아댤으여 한다고 주장했지만 평소 ‘새 정치 구현’을 강조해온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신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시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선 현역 의원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안 대표가 영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니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은 당적을 옮길 때,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힘에서 밀려 탈락이 됐든, 경쟁력이 없어서 탈락이 됐든, 당에서 ‘이제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 공천에서 배제된 것이 무슨 자랑거리라고 거창하게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나는 철새’라고 떠들어대는 것인가.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해 국민의당으로 입당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호준 의원과 부좌현 의원 등 더민주 공천에서 컷오프된 의원들이 ‘우르르’국민의당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가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가더라도 조용히 가라. 이런 저런 탈당의 변은 모두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그들이 탈당하면서 쏟아내는 비판은 가치 없다. 그 정당에 처음부터 공천을 신청하지 않고 탈당해 국민의당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참으로 염치없는 짓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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