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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총선 이후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할 거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양당체제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데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아마도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인 20석 이상을 차지하고, 당당하게 ‘원내3당’의 진용을 갖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꼭 국민의당이 아니더라도 총선 이후엔 거대 양당체제가 무너지고 다당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야권에서가 아니라 여권에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친정인 새누리당의 4.13총선 공천을 두고 “악랄한 사천(私薦)이자 비민주적인 정치숙청”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결사체를 만들어 (기존 정당 구조를) 도끼로 깨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당구도를 깨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 의장은 “정당민주주의를 깔아뭉개는 정당에 들어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런 정당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며 국회의장 임기를 마친 후에도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이 당선 후 복당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유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차라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의장이 양당구토 타파를 외치는 것은 국민의당이 내건 구호와 매우 흡사하다.
따라서 정 의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유승민 의원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 그다. 그럼 점에 비춰볼 때 그는 국민의당이 아닌 전혀 새로운 ‘제3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총선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무공천’이라는 해당행위에 따른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소속이면서 무소속 후보를 지원 유세하는 것만 해도 심각한 해당행위인데, 하물며 무소속 출마자 당선을 위해 자당 소속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한 행위는 징계의 최고수위인 ‘출당’이나 ‘제명’까지도 가능한 사안일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공당으로서의 면모를 스스로 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총선 이후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어쩌면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의도한 것인지 모른다. 어차피 새누리당 내에서 대권주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그가 새로운 ’여당성향의 제3당’을 만들어 그 당의 대권주자로 나서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가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와 함께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까지 무공천 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비박연대당’을 염두에 둔 포석인 것 같다.
즉 무공천이라는 해당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 대표가 출당조치 당하면, 유승민 이재오, 거기에 친유승민계 당선자들까지 모두 한데 모아 별개의 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의화 의장도 거기에 가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그렇게 되는 것도 정치발전을 위해서나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차원에서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이 잘못하는 것을 ‘비박연대당’이 견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하는 것을 국민의당이 견제해 바로잡아주는 다당제 체제야말로 국민을 위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양당제보다도 훨씬 국민에게도 유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차기 대통령 선거도 그런 식으로 치러졌으면 좋겠다. 새누리당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나오고 비박연대당에선 김무성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표가 각각 후보로 나오는 형태의 '4자구도’도 그다지 나쁠 건 없는 것 같다.
그리되면 정치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정당에 가는 일이 없을 것이고, 국민은 지금처럼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일도 없을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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