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종인 떠나면 손학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4-10 13: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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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판은 이미 기울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몰락’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20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국민의당의 '녹색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선거 초반 호남에서의 우위를 1차 목표로 삼았던 국민의당은 최근 호남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 이제는 서울 관악갑 김성식 최고위원 등 수도권 당선자 배출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국민의당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1주 차 주간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고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인 14%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갤럽이 지난주부터 총 두 차례 실시한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 조사에서도 수도권에 불고 있는 '녹색 바람'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민의당의 서울지역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았다. 국민의당은 23%를 얻었지만 더민주는 15%에 그쳤다. 지난주 더민주가 22%, 국민의당이 1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태라면 더민주는 당초 목표의석인 130석은 고사하고 예상의석 수 110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이미 더민주 의석수를 90석 안팎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런 예상이 현실화 될 경우 더민주는 어찌될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13총선에서 더민주가 107석을 얻지 못할 경우 당을 떠나겠다는 종전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107석을 채우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당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비례대표라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비례에 큰 미련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에서 비례대표 2번을 받았으나 총선 결과 더민주 의석이 107석보다 적으면 당을 떠나는 것은 물론이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더민주가 107석 이상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은 더민주 예상의석을 110석 정도로 보았었고, 당에서도 그런 예측을 했었다.

실제 더민주 이철희 종합상황실장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더민주가 (20대 총선 판세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 여전히 새누리당이 강세인 것은 맞지만, 언론 조사와 우리 당 자체 조사가 상당한 편차가 있다"면서 "지금 수준 내외로 득표한다면, 더민주가 총선에서 110석 정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예상이 빗나갈 경우 김 대표는 약속대로 정치권을 영원히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책임은 김 대표가 아니라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있다.

김 대표를 당에 끌어들여 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만든 사람이 문 대표이고, 호남 민심이 더민주에 등을 올린 것 역시 문 대표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총선에서 더민주가 두 자릿수를 얻을 경우 문 대표 역시 김 대표와 함께 공동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 전 대표와 김 대표는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사실상 더민주가 ‘몰락’할 경우 총선 이후 곧바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데 누구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느냐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전대에서 선출된 당권주자가 곧바로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선출된 당 대표는 대선 직후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의 당선에 도움이 되는 얼굴이 당권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진보성향의 표심은 물론이고, 중도 층 나아가 합리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간판주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더민주에 그런 인물이 있을까?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유일한 정치인이 바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다. 그가 정계은퇴를 했다고는 하지만 제1야당이 몰락한 현실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더민주 지도부가 삼고초려 한다면 얼마든지 당을 위해 다시 한 번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손 전 대표다.

그가 비록 당의 지원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9일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출마한 신문식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격려한 것을 보면 그의 깊은 마음을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더민주는 차기 대선은 물론 다음 지방선거도 기약할 수 없다. 반드시 그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국민의당과의 연대문제를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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