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당권장악 위한 ‘꼼수’라면...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4-28 11: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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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이 28일 “유기준 의원은 친박 단일 원내대표 후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4.13총선 민심을 겸허히 받든다는 차원에서 친박계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전날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를 검토 중인 유기준 홍문종 의원을 국회에서 만나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했으며, 이에 홍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으나 유 의원은 출마 의사를 접지 않았다고 한다.

최 의원은 "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총선이 끝나고 당내 첫 선거인데 친박과 비박을 나눠서 싸우면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라면서 "이번에는 자숙하는 의미에서 친박 후보가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의원은 설득이 안돼서 출마하겠다고 하는데 출마의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친박의 단일 후보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계속 유 의원이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말 최 의원의 말처럼 친박계가 총선민심을 받드는 차원에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물러나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최 의원은 서청원 의원처럼 먼저 '2선 후퇴’를 공식선언하는 게 맞을 것이다. 즉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먼저 한 후에 다른 친박계 의원들로 하여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말아달라고 당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당 대표 진출을 위해 다른 친박계 의원들을 희생시키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위해 원내대표는 친박 색깔이 강한 유기준 의원 대신 충청 출신의 범친박인 정진석 당선자를 전략적으로 밀어주자는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아예 옛 친이계 나경원 의원을 밀자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를 친박계가 차지하면 당 대표마저 친박계가 ‘싹쓸이’하려 한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 원내대표는 비박계에게 내어 주자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친박계는 원내대표 선거보다는 6월로 예상되는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부 비대위원장 카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당권 장악을 위한 전략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즉 외부 비대위원장이 2~3개월 정도 당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패배 책임론이 어느 정도 잦아들 무렵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권을 다시 가져온다는 전략이다.

그러자면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가 불출마해 비박계가 원내대표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수레바퀴론’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당 대표는 친박계가 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면, 최경환 의원의 “친박계 원내대표 출마자제”요청은 ‘자숙’의 의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꼼수’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내대표 친박계 불출마가 정말 총선패배에 대한 ‘반성의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최경환 의원은 서청원 의원처럼 이번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으로 ‘옥새파동’을 일으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당시 당 지도부도 아니고, 주요 당직을 맡은 것도 아닌, 그래서 총선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던 다른 친박계 의원들이야 무슨 책임이 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자신의 당권장악을 위해 그들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도의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옳지 못하다. 따라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쪼록 이런 의구심이 한낱 기우(杞憂)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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