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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론조사 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20%대를 넘어선 주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가 유일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나머지 주자들은 10%대이거나 한 자릿수에 불과해 사실상 ‘도토리 주자’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26~28일 실시) 결과, 안 공동대표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21%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반면 올해 들어 같은 조사에서 1위를 고수해 온 문 전 대표는 17%로 2위로 밀려났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7%), 박원순 서울시장(6%), 유승민 무소속 의원(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김부겸 더민주 당선자(이상 3%), 안희정 충남지사(2%) 순이었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은 2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현재 거론되는 정치인들 가운데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면 대통령 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우선 2위에 오른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를 보자.
그는 총선 직전인 지난 8일 광주 충장로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국민과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총선 전날인 12일까지 호남 곳곳을 방문해 지원유세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더민주는 호남 지역구 28석 중 불과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대참패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호남 지역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 "호남 민심이 나를 버린 것인지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리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3남 김홍걸 박사를 대동하고 DJ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의 하의도를 방문하는 등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호남민심은 여전히 냉담했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서 18%의 선호도를 얻는데 그쳤다. 28%를 얻은 안철수 대표와 비교하면 무려 10%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당연히 정계은퇴를 선언했어야 할 사람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에 오를 정도라면 다른 주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문 전 대표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3위에 올랐다는 것은 코미디 중에 코미디다.
그는 당의 ‘험지출마’요청을 뿌리치고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형님, 아우님’하는 사이인 박진 전 의원을 밀어내고 종로 출마를 고집했다가 낙선한 사람이다.
그는 전날 저녁 서울지역 낙선자 모임에 참석해 "유구무언. 패장은 말이 없다"며 "당분간 자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종로 지역구민들로부터 ‘국회의원 감도 못 된 다’는 심판을 받은 사람이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3위에 오른 것이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이는 현재 거론되는 여권내 차기대선주자들 가운데 대통령이 될 만한 재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여권 지지층에서 마땅히 지지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어 오 전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1위에 오른 안철수 대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은 “안 대표의 상승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당의 외연 확장에다 총선 패배로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어진 새누리당의 지지층에서 10% 정도가 안 대표 쪽으로 옮겨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여권 내에서 새로운 주자가 등장하면, 언제든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대표는 본인 요청에 따라 제외됐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용과 호랑이를 제외하고 도토리 주자들만 가지고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제 반기문 총장과 손학규 전 대표는 대권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봐야 한다.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라도 반 총장과 손 전 대표의 등장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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