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정계개편 움직임 빨라지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5-16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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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10일 아침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식당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정병국·황영철·하태경·오신환 의원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학재 의원과 원외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 긴급회동을 했다.

이학재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이미 사실상 탈박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인준석 전 비대위원은 이미 김무성 전 대표의 품에 안긴지 오래됐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당을 친박계가 다시 장악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사실상 ‘반(反) 친박’회동인 셈이다. 최근 이런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와 대권도전을 꿈꾸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9일 서울 강남에서 만찬회동을 가졌고, 12일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여의도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급 의원들과 오찬회동을 갖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총선 당선자인 홍문표·정병국·주호영(무소속) 의원과 낙선자인 조해진·임태희·진수희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과 비공개 만찬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선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 의원 20여 명이 선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고, 야당에선 비노성향의 인사들이 합세하는 형태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 26일 창립하는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이 이 같은 정계개편 움직임들을 묶어내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한국의 비전엔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고문으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선 정두언 조해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진영 의원이 국민의당에선 김동철 의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신당깃발을 치켜들 경우, 새누리당 비박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중도파와 국민의당 동교동계 등 비노성향의 인사들도 합류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어떤 의미에선 ‘YS-DJ 재연합’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새누리당이 혁신위원장으로 강경파 비박계 김용태 의원을 내정했다.

뿐만 아니라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당연직을 제외한 7명의 비대위원을 인선하면서 이혜훈 당선인과 김영우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비대위 10명 전체 구성은 비박계 6명에 친박계가 범친박인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다. 일단 수적 구성에서 비박계가 다수인 셈이다.

얼핏 보면 마치 비박계에게 친박계가 ‘백기’를 든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김선동·박덕흠 의원 등 친박계 재선 의원들이 16일 오전 정 원내대표를 만나 인선 내용에 대해 강하게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장우 의원도 “비대위에 김무성 전 대표 최측근 인사를 대거 배치했다”며 “화합형 인사로 하든지,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을 선임했어야 하는데 김 전 대표가 이끌던 당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대위원들은 차기 전당대회까지만 존재하는 한시적 지도부일 뿐이다. 게다가 혁신위는 사실상 비대위 하부조직으로 혁신위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다.

바로 그런 별 볼일 없는 자리를 내어준 것에 불과하다. 반면 전대이후에도 존재하는 원내주요 직책은 대부분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이번 비대위 인선과 혁신위원장 선임을 보면 비박계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친박계의 의도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친박계가 비박계를 이용해 당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어떤 형태로든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협의 없이 인사할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말로 새누리당 판세가 친박 뜻대로 돌아갈 경우다.

위기의식을 느낀 비박계가 정의화 국회의장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구축할 수도 있다.

다만 정의화 의장을 간판으로 내세우면 세력이 모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 의장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실제 그는 최근 한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사실 마음을 비웠다"며 "다음 대통령을 하고자 하는 분 중 저분 같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그분에게 잘 싸서 봉헌해주는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킹메이커’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가 ‘저분 같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대통령 감은 누구일까?

새누리당 정두언, 조해진, 더민주 진영,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동의할 수 있는 유력대선주자가 누구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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