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새판짜기에 ‘孫’필요하지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5-18 13:51:5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이 새 판을 시작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광주의 5월은 그 시작이다."

지난 2014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민주통합 대표의 말이다.
손 전 대표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기인 이날 민주묘역을 참배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여기 온 취지를 말씀드리겠다. 5.18의 뜻은 시작"이라며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고, 또한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 요구는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을 시작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반성하지 않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의 모습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긴 것은 ‘친박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그리고 더민주 후보들이 광주에서 전멸하고 전남.북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호남민의 심판이다.

따라서 양당의 기득권 세력인 친박과 친노는 이를 반성하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 친박의 모습과 더민주 친노 수장인 문재인 전 대표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먼저 새누리당 친박의 모습을 살펴보자.

오로지 계파 이익에 사로잡힌 친박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 없이 정진석 비대위-김용태 혁신위를 부정하고 나섰다. 당의 위기를 수습할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차기 당권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비박계 강성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비대위원들마저 목소리 큰 비박계 인사를 대거 기용한 정진석 원내대표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친노 수장인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가.

그는 전날 저녁 광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광주·전남 지역 낙선자들과 만나 호남참패에 대해 “선거결과에 도움을 주려 했는데 오히려 피해가 된 것 같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다. 총선 직전인 지난달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광주시민이 그의 앞에 서서 “입장 발표를 제대로 해야지 뭘 하고 있느냐. 호남 참패에 대한 입장표명을 안하고 있는데 내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친박과 친노 모두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해서 당의 ‘패권’을 거머쥐려 하기 때문에 새판을 짜야하는 것이다.

이미 새누리당에선 새판자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당이 계속 친박 위주로 가면 내년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어 수도권과 영남권 일부 의원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흠 의원도 “‘스님이 절이 싫으면 떠난다’는 말 있는데 정당이라는 것은 잠시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념이나 목표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거 아니겠냐. 그런(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분당’ 가능성을 인정했다.

‘분당’이 내일이라도 당장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의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구심점’이다. 일각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제3세력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정도의 인물로는 ‘제 4당’의 입지를 구축하기 어렵다.

적어도 새누리당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나. 더민주를 장악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오너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인물이 중심이 돼야만 ‘새판자기’가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인물로는 누가 있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손학규 전 대표만한 인물은 없는 것 같다. 제3세력을 추구하는 그들이 손 전 대표를 영입할 경우 더민주 비노 인사들과 국민의당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성품을 볼 때 국민의 요구가 없는 한 스스로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게 문제다. 친박-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정치 새판짜기를 하려면 그가 필요한데 그를 불러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어디 혜안을 지닌 분 없나?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