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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모두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장으로 향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의 취재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
사실 유력 대권주자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치부 기자들에게 있어선 어쩌면 ‘운명(運命)’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봉하마을’취재열기가 뜨겁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정치적 직관력이 뛰어난 정치부 기자들은 이미 거기에 모인 인사들 모두 ‘차기 대통령감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가장 유력한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안철수 대표는 비록 총선에서는 선전했지만 동시에 ‘호남자민련’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문재인 전 대표나 호남의 지지만 받는 안철수 대표 모두 야권의 대선주자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되레 장외 인사인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그들보다 더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새판론'을 꺼내들며 정계복귀와 야권발 정계개편을 시사한 손 전대표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22일 김포공항에는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벌떼 같이 모여들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는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며 "4.13 총선에서 분출된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 이것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그리고 그 진정한 노력을 담아낼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거듭 정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요기사로 긴급 타전됐다.
심지어 그가 공항 인근 식당으로 이동, 동아시아미래재단 관계자 및 지지자 40여명과 식사 자리까지 따라온 기자들도 상당수였다.
이 자리에 모인 지지자들이 손 전 대표와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삼시 세판', '손학규, 대통령' 등의 건배사를 외쳤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여권도 마찬가지다.
한때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주목받았던 김무성 전 대표는 ‘옥새파동’등에 따른 총선패패 책임론으로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당의 ‘험지출마’요청을 외면하고 자신의 정치를 위해 박진 전 의원과의 우애마저 배신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종로에서의 패배로 상당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따라서 각 언론은 그들의 움직임에 별로 관심이 없다. 반면 25일 방한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 총장은 김무성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시장 등 여권 잠룡들이 총선에서 심한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여권의 유력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반 총장의 임기가 불과 반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 총장 퇴임에 맞춰 이른바 '반기문 재단' 설립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명목은 국가 원수급 인사인 반 총장의 퇴임 후 차량과 경호 등 신변 보호 관련법이나 정부 대책이 없기 때문에 반 총장 퇴임 후 활동을 지원할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설립을 계기로 정계 복귀 발판을 삼았듯이 '반기문 재단'의 출범이 곧바로 대선행보로 이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반 총장이 실제 대선에 출마할 경우 이 재단이 인재와 자금을 모으는 일종의 캠프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언론은 김무성, 오세훈, 문재인, 안철수 등 현재 여야 정치권 내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보다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반기문 총장이나 손학규 전 대표에게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관심이 국민의 관심으로 이어질 경우, ‘반기문 대망론’이나 ‘손학규 대안론’이 대세를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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