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반기문의 등장, 반갑고 고맙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6-01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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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유권자들은 그동안 못난이 삼형제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강요를 받아 왔었다. 그런데 이제 손학규와 반기문의 등장으로 국민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됐다.”

어제 저녁 늦은 시각, 몇몇 지인들과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후배가 ‘불쑥’내뱉은 말이다.

남자들은 몇 명만 모이면 통상 이런저런 이야기 말미에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화제로 올리고 열띤 논쟁을 벌이기 일쑤다. 어제도 그랬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 후배가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새판짜기’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가통합지도자론’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 자리엔 정치인은 물론 어느 특정 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정치와는 무관한 그저 평범한 소시민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후배의 말에 마치 공감이라도 하듯 모두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맞는 말이다. 물론 그는 ‘못난이 삼형제’가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그동안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임에도 총선과정에서 ‘옥새파동’이라는 황당한 퍼포먼스로 새누리당을 패배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당사자다. 집권당의 대선주자는커녕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해도 시원찮을 상황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직전 광주를 방문, 호남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차기
대통령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었다. 하지만 총선결과, 더민주는 호남에서 참패했다. 광주에선 8석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했으며, 전남의 10석 가운데선 고작 한 석을 얻는데 그쳤다. 전북에서도 10석 중 2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약속대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소시민으로 돌아가는 게 정상일 것이다.

안 대표는 어떤가. 비록 ‘제3당 체제’를 만드는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김무성, 문재인 전 대표는 물론 안철수 대표도 상당한 흠결이 있는 후보인 셈이다. 그 자리에 있던 후배가 여야 유력 대통령주자들을 ‘못난이 삼형제’라고 지칭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흠결이 있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대통령 후보감을 고르라니 그동안 유권자들이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최근 "4.13총선의 결과를 깊이 새기고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서 새 판을 짜는데 앞장서겠다”며 ‘기성정치의 대안 찾기’를 공식선언했고, 반 총장도 “내년 1월1일 이후 한국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 결심하겠다.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통합을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국가통합지도자론’을 들고 나선 것이다.

굳이 못난이 삼형제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인가.

그동안 여권의 친박-비박 계파싸움과 야권의 친노-비노 패권주의를 하염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유권자들에게도 힘이 생긴 것이다. 굳이 친박이냐 비박이냐, 혹은 친노냐 비노냐, 영남이냐 호남이냐 하는 선택을 강요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각 정당의 계파 패권주의 후보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제3의 후보’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의 반기문-손학규 공세는 너무나 치졸해 보인다. 그가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그렇다.

어쩌면 김홍걸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의 강력한 라이벌로 반기문 유엔총장과 손학규 전 대표를 꼽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반 총장과 손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에겐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그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문 전 대표에게 위협적인 존재, 그래서 친노 진영이 극도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반 총장과 손 전 대표의 존재는 유권자들에겐 희망이다. ‘못난이 삼형제’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절망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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