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은 ‘쇼윈도부부’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6-06-20 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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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남의 눈을 의식해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는 커플을 '쇼윈도 부부'라고 한다. 특히 커플 중 어느 한 쪽이 공인인 경우가 많다. 일반인이라면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공인인 경우 문제가 있어도 티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여 공개적인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부로 행세하지만, 개인적인 대화나 부부관계는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전혀 없는 부부이다. 사실상 한 지붕 밑의 두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새누리당 친박-비박계가 딱 그런 모습이다.

사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쇼윈도 부부’의 그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서로가 먼저 나가서 딴살림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새누리당에서 받을 수 있는 유산이 많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신청을 한 것도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것보다는 새누리당으로 들어가야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차명진 전의원이 최근 한 종편 방송에 패널로 출연해 유승민 의원을 ‘얌체보수’로 규정했겠는가.

사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다.

박 대통령은 당 대표시절에 당료 출신(여의도연구원장)의 비례대표 초선인 그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하고, 2005년 10월 26일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자 그를 전략공천하고 지금의 대구 동을에 내려 보냈다.

당시 그 지역엔 공천신청자가 무려 15명에 달해 유 의원은 공천을 신청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전략공천’을 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한 셈이다.

그냥 단순히 공천만 준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당 대표로 선거전날, 다른 일정을 모두 접고 대구 동을 관내에 무려 15곳을 돌며 집중 유세했다. 유 의원 당선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등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실제 그는 집권당의 원내대표 당시 국회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정책을 대놓고 성토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누더기로 만들면서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끼워 넣기에 동조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정치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4.13 총선 당시엔 박 대통령이 그렇게 못마땅하면 여당을 떠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도 그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결국 그로 인해 새누리당 공천파동이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어주는 참패를 당했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못지않게 총선패배의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인 것이다.

심지어 그는 총선 당시 무소속 후보들 지원유세를 다니면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찍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녔다. 그 영향이 수도권 지역에 미쳤고, 초박빙의 싸움을 하던 수도권 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을 낙선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에 새누리당에 복당을 신청했다. 그의 지역구인 대구의 정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박근혜정부에 부담을 주는 ‘자기정치’를 하되 지역정서를 감안해 새누리당을 떠나지 않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차명진 전 의원이 그를 ‘얌체보수’라고 규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 증오하는 친박-비박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손을 마주잡고 ‘쇼윈도 부부’행세를 하는 것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필자는 지금 누가 옳고 그르냐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건전한 일반 상식을 가진 부부라면 서로가 다른 곳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뜻을 같이하는 것은 부부관계로 치면 불륜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부도덕한 행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쯤에서 서로 갈라서고 뜻 맞는 정치집단끼리 새롭게 헤쳐모여 하는 ‘새 판짜기’를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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