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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왜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을까?
최근 손 전 대표의 몸값이 상종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당 지도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선 국민의당에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치는 모양새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그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다보니 강진에 내려간 그를 두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어느 친노 인사는 “정치를 하려고 내려 간 것”이라고 단정했다.
정치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자기처럼 아파트에서 편히 살지, 고생스럽게 강진까지 내려갔겠느냐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친노 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필자가 알고 있는 친노 인사들은 대부분이 ‘꼼수’의 대가들이다. 자신이 전략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남의 ‘순수한 결정’마저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습성이 몸에 배었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손 전 대표는 그런 꼼수와는 거리가 먼 정치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손 전 대표를 직접만나 막걸리 한잔을 기울며 강진에 내려간 까닭을 물었다.
“그때 선거(7.30 재보선)는 처음부터 어려운 지역이었지만 특히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민심이 싸늘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 이 선거는 졌다’하고 그때 생각했다. 그래서 부인에게 ‘이 선거는 졌으니, 정계를 은퇴하고 우리 보따리 싸고 당신이 좋아하는 시골에 가서 텃밭이나 일구며 삽시다’했더니 무척 좋아하면서 ‘그러면, 강진이 풍경도 좋고 인심도 좋아서 옛날부터 살고 싶었는데, 그리로 갑시다’하고 ‘강진’을 제안해 오게 된 것이다.”
“아니 선거에서 졌다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정치인은 유권자가 필요로 할 때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지 유권자가 버리면 아무 쓸모없는 존재가 바로 정치인이다. 그때 선거 당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아, 유권자들은 이제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싸늘했다. 국민이 필요로 하지 않는데 정치를 하겠다는 건 욕심이다. 그래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강진에 내려간 것은 어느 친노 인사의 말처럼 정치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실은 정계은퇴를 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그런데 과연 수원 유권자들은 그를 버린 것일까?
7.30 재보선당시 그가 출마한 지역은 경기 수원병(팔달)이다. 당의 ‘험지(險地)출마’요청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제2의 분당대첩’을 만들어 달라는 지도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출마한 수원병은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 남지사의 부친인 고(故) 남평우 의원이 무려 22년간 그곳에서 당선됐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만큼 기나긴 세월이다. 그 시간동안에 야당이 그 지역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었다.
바로 그런 지역에 ‘선당후사’정신으로 출사표를 던졌으니, 제 아무리 막강한 손 전 대표라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잘못된 공천으로 야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특히 손 전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 그러니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너무도 짧았다.
그런 선거에서 패했으니 굳이 그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 선거가 알고 보니 ‘손학규의 패배’아니라 사실은 ‘손학규의 승리’였던 것이다.
실제 20대 총선에서 그 지역에 기적이 일어났다. 야당에게 난공불락이라던 수원 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후보가 새누리당 현역 김용남 후보를 꺾는 대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선거 결과에 대해 수원 출신의 한 전직 경기도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 때문에 그 분이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신 것 아니냐. 수원 시민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 기적은 수원시민들이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해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가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즉 ‘정계은퇴’를 선언하게 만든 수원시민들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애타게 기다린다면 그 선언을 철회하는 게 맞지 않을까?
더구나 증오가 난무하는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통합 시대를 열어달라는 간절한 국민의 요구가 있으니, 이제는 강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쪼록 이런 국민의 염원을 담아 그가 ‘통일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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