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주요패인은 ‘유승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6-17 1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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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들도 모두 참패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바른미래당 성적이 가장 처참했다.

이런 상태라면, 바른미래당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책을 세우려면,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왜 패배했는지, 먼저 정확한 진단부터 내려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재편을 꿈꾸는 바른정당 출신들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재·보선 후보 공천과정 등에서 독단과 밀어붙이기를 반복해 보수층이 등을 돌렸다며 ‘안철수’를 주요 패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패인의 주요인은 아니다.

안철수 후보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조차 밀려 3위로 내려앉게 된 결정적 요인을 제공한 사람은 바로 유승민 전 공동대표다.

실제 그는 선거 기간 내내 ‘개혁보수’를 고집했고, 그로 인해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그가 말하는 ‘개혁보수’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잘못된 신념을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한국당보다도 더 심한 비판을 쏟아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상황이다. 따라서 전략적으로도 이 문제를 선거의 주요이슈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 전 대표는 매번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다보니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다를 바 없는 ‘반공보수’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그로 인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무려 30% 이상, 그러니까 합리적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든 야당은 전략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문제를 집중 거론했어야 옳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석 달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증가 수가 5월엔 7만2000명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청년 실업률은 10.5%로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에 따른 ‘정책 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식당·편의점 같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많은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고용이 작년 5월보다 10만명 이상 줄었다.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도 24만명 감소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나 건설 현장 근로자처럼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도 고용에 쇼크를 줄 가능성이 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무능한 정부가 바로 문재인 정부인 것이다. 그런데도 유승민 전 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선 별로 말이 없었다.

아마도 ‘경제는 진보’라는 그의 평소 소신 탓일 게다. 사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유승민 전 대표가 평소 주장하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하고 대신 ‘반공보수’가 되어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경쟁하듯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던 것이다. 그게 안철수 후보 패인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유승민 전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잘못된 신념을 버리고 중도 개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유 전 대표는 여전히 잘못된 신념을 고집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 그는 지난 14일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였다. 이 문제는 당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꼭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며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걱정이다. 선거패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접지 않고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그를 겨냥해 “누구한테나 다 소신과 철학이 있겠지만 당내의 다수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그때는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겠는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손학규 전 선대위원장에게 오찬회동을 제안했다. 그 자리에 박주선 전 공동대표와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참석했지만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불참했다. 그것이 이번 선거의 주요패인인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잘못된 ‘개혁보수’를 고집하는 몽니가 아니기를 바란다. 유 대표의 ‘개혁보수’는 제법 용어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냥 ‘수구 반공 보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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